5ㆍ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호남 혈투가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당은 호남발 북풍을 통해 수도권 판세까지 뒤집겠다는 생각이고 민주당은 호남 수성에 당의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우리당은 선거일이 3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좀처럼 열세를 면치 못하자 사실상 호남에 올인, 판을 뒤흔들어 보겠다는 자세다.
지난 8일 ‘어버이날’을 명분 삼아 김대중 전 대통령을 급히 예방했던 정동영 의장이 9일엔 강원도 방문을 취소하고 1박 2일 일정으로 광주를 찾은 게 단적인 예다. 정 의장은 이날 특별기자회견에서 5ㆍ18 광주정신과 DJ의 업적 계승을 유달리 강조했다. 그는 “광주에서 이기는 것은 지방선거 전체의 승리이며 광주를 놓치는 것은 다른 곳에서 모두 승리해도 패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또 “우리당이 패하면 DJ의 방북에 심대한 장애가 조성될 수도 있다”고도 했다.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도 이날 오전 동교동 자택으로 DJ를 방문해 호남표심 다지기에 나섰다.
우상호 대변인은 “호남의 표심이 모아지면 수도권에서도 판이 흔들릴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우리당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18일에도 지도부와 소속 의원,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함께 광주를 찾을 예정이다.
민주당도 이날 중앙선대위인 ‘희망 민주’ 출범식을 열고 호남 수성 의지를 불태웠다. 한화갑 대표는 “우리당은 지방선거가 끝나면 없어질 당”이라며 “50년 전통의 역사를 되살려 호남을 석권하고 지방선거에서 압승하자”고 기염을 토했다. 민주당은 장상 선대위원장 체제를 완비하는 한편 한광옥ㆍ조순형 전 대표와 외부인사들이 참여하는 선대위 고문단과 국정자문위원단도 발족시켰다.
양당의 신경전도 치열했다. 우리당 정 의장은 “이 지역에 뿌리내리고 있는 정당이 전국에 몇 곳이나 후보를 내고 있느냐”며 사실상 민주당을 지역주의 정당으로 폄하했다. 그러자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우리당은 집권당의 체면이 남아있다면 한나라당에 맞서 수도권을 사수해야지 왜 한강을 포기하고 영산강을 넘보느냐”고 비꼬았다.
광주=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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