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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核心'빠진 이란 대통령의 對美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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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核心'빠진 이란 대통령의 對美친서

입력
2006.05.1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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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통령이여, 선량한 사람의 피를 언제까지 흘리게 하려는가.”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준엄히 꾸짖는 장문의 서한 내용이 9일 공개됐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앞서 8일 미국의 이익대표부 역할을 하고 있는 테헤란 주재 스위스 대사관을 통해 외교관계가 없는 미측에 서한을 전달했다. 이란이 미국에 대통령 서한을 보낸 것은 1979년 테헤란 미 대사관 인질 사건 이후 27년만이다.

AP 통신 등이 공개한 서한은 핵 개발 관련 내용을 직접 언급하고 있지는 않으나 이란의 원자력 기술에 대처하는 미국의 독단을 비난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중동에서 이뤄지는 과학적 성과를 왜 시온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보는가”라면서 “무기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연구ㆍ개발 전체를 금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는 “거짓말로 점철됐다”고 일갈했다. 서한은 “사담 후세인은 사악한 독재자였지만 이라크 전쟁은 후세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며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거짓말로 가득찬 이 전쟁에 대해 이라크 국민은 물론 그 누구도 기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란_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가 후세인을 지지했다는 데 대한 비난도 이어졌다.

그는 또 “미국에 대한 세계의 증오가 전에 없이 커지고 있다”며 민주주의 자체의 붕괴를 경고했다. “자유주의와 서구식 민주주의는 인류의 이상 실현을 방해해 왔다” “통찰력 있는 자들은 자유주의적 민주주의가 붕괴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서한은 이어 “이라크 전쟁에 투입한 돈을 가난을 해결하는데 썼다면 세계는 물론 미국의 정치적 경제적 입지가 훨씬 좋아졌을 것”이라며 전쟁에 돈을 쏟아 붓는 미 정부에 대한 세계의 증오가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18쪽에 달하는 영문 서한은 부시 대통령에 대한 종교적 권고로 매듭지었다. “종교적 원칙으로의 초대장을 받아들이겠는가”라고 물은 후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유일신과 선지자들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신에게 복종하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골람_후세인 엘람 이란 정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한 내용에 대해 “현재의 긴박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제시했다”며 “작금의 국제적 여건을 분석, (문제의) 근본원인을 찾아내는 방안을 적시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이날 “서한에 핵문제를 풀기 위한 진지한 제안이 담겨져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서한 접수 사실을 확인한 뒤 “역사와 철학, 종교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으나 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푸는 돌파구가 될만한 것은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또 “서한은 미국_이란 관계를 광범위하고 역사적인 관점에서 조망하고 있으나 우리가 구체적인 방식으로 접근해온 (핵)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해 서한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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