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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재씨 누구인가? 땅 사기·자선 사업 '야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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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재씨 누구인가? 땅 사기·자선 사업 '야누스'

입력
2006.05.10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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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흥그룹 회장 김현재씨는 기획부동산 개념을 국내에 처음 도입했다. 김씨가 설립한 5개 기획부동산 회사의 최근 5년간 매출액은 5,318억원에 달한다.

삼흥그룹은 600~750명의 텔레마케터(전화 판매원)들을 고용했다. ‘부동산의 귀재’로 통하는 김씨가 돈이 될 만한 땅을 찍으면 계열사 사장들이 나서서 땅을 매입했다.

이후 텔레마케터들은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금방이라도 땅값이 치솟을 것처럼 구매를 부추겼다. 주거ㆍ상업지역으로 변경이 불가능한 임야를 용도 변경이 가능하다고 속이는 식이다.

이렇게 경기 이천, 용인, 충북 제천, 전북 무주 등 4곳에서만 212억원을 챙겼다. 무주의 경우 평당 2만5,000원에 산 땅을 37만원에 되팔아 15배 가까운 차익을 남겼다.

김씨는 범행을 저지르면서도 왕성한 자선 활동을 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소년원생 등을 위한 장학사업에 뛰어들어 수 차례 거액의 장학금을 쾌척했다. 국민회의 총재 표창, 전남도지사 표창,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기도 했다.

반면 김씨는 1986~2001년 사기죄 등으로 7번이나 기소됐다. 그러나 번번히 벌금 30만~700만원을 선고 받는 데 그쳤고 지난해 기획부동산 수사에서도 좀처럼 수사망에 걸려들지 않았다. 정치권과의 끈끈한 연(緣)을 이용해 비호를 받았거나 자선사업가 이미지를 방패로 활용했을 수 있다.

전남 영암 출신인 김씨는 수천억원대의 재산을 이용해 인맥을 넓히면서 호남 지역 정치인을 상대로 영향력을 키워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재경 호남향우회 부회장 직함을 갖고 있다.

김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K 전 의원이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문화재단의 이사장을 맡았다. 김씨는 지역 행사에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K, H 전 의원, 현 여권 실세 A 의원, K그룹의 P 회장, B사의 I 회장 등을 대동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2003년 초부터 지난해까지 양도성예금증서(CD)를 꾸준히 매입했다. 매입 시기가 대선 직후부터 2004년 총선 시기를 관통하고 있어 불법 정치자금으로 제공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경재 전 민주당 의원은 “김현재씨가 대표로 있는 삼흥그룹이 대선 직전 노무현 후보 캠프에 영수증 없이 정치자금을 전달했다는 자료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검찰은 김씨가 친인척에게 줬다는 32억원에 대해서도 “돈세탁 냄새가 난다”고 밝혀 사용처 수사 확대를 시사했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박상진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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