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가 2000년 초 정점을 찍은 ‘정보기술(IT) 버블’ 때의 최고 기록까지 돌파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국제 주식 투자자들의 주요 벤치마킹 지수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지수는 이날 349.28을 기록, ‘IT 버블’ 당시 고점인 2000년 3월27일의 349.04를 상향 돌파했다. MSCI 세계지수는 올 들어 12.5%, 신흥시장국지수는 25% 각각 상승했다.
세계 증시의 강력한 상승세는 미국 일본의 주도 속에 친디아(Chindia) 및 기타 신흥시장국들의 광범위한 경기활황에 따른 것. 하지만 지수가 버블의 한계를 넘어선 지금은 기대와 함께 적지않은 우려와 불안감도 제기되고 있다.
세계 증시는 2000년 초 고점을 기록한 이후 인터넷 주식의 거품이 꺼지면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2003년 초부터 반등세를 탄 각국 증시들은 잇따라 전고점을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올 들어 지난 달 말까지 주요 선진 및 신흥시장 42개국 중 절반이 넘는 22개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황금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러시아, 인도, 대만 등 신흥시장국의 증시는 폭발적이다. 인도 뭄바이증시의 센섹스 지수는 8일 1만2,462.47로 전일대비 102.77 포인트(0.83%) 오르며 6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달부터 사상 최고치 경신행진을 시작한 러시아 RTS지수도 5일 현재 1,749.52로 4일 연속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대만 증시도 수출주 주도로 상승세를 지속, 6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뉴욕 증시 역시 초강세다. 10일 미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을 앞둔 혼조세에도 불구하고 다우존스지수는 사상 최고치(1만1,722.98ㆍ2000년 1월14일)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고, 대형주 중심의 S&P지수는 이미 지난 주 5년3개월 만에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증시 전문가들은 세계 증시의 상승세가 기본적으로 기업들의 탄탄한 실적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데 성공, 예상을 뛰어넘는 양호한 실적을 내놓았다는 것. 또한 올해 미국 증시 전망에 대한 낙관론도 세계 증시 랠리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로선 세계 증시의 랠리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튠 드라이스마 모간스탠리 투자전략가는 “세계 증시의 역동성이 매우 강하다”며 “세계 증시가 인플레이션 압력이나 향후 금리 인상, 고유가, 달러 약세 등 거시적 위험들에 비중을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9일 세계 증시의 상승세를 “‘베어 마켓 랠리(약세장 속에서 나타나는 반짝 랠리)’가 아니라 대세 상승장” 이라고 보도했다.
국내 증시 역시 상승 랠리의 지속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준기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일단 세계 증시의 랠리는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증시가 세계 증시와 동반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수급 상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더 좋아 예외적으로 소외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팀장은 “금리 변수가 여전히 상존하고 미국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고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금리 인상 변수가 여전히 남아 있어 증시 과열이 거품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홍춘옥 키움닷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랠리의 지속여부에 대해서는 낙관만 할 수 없다”며 “현 상황에서 각국이 저금리로 복귀하기 어렵고, 미국의 부동산 거품이 꺼질 경우 장기적으로는 어려운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희정 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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