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보령시 원산도 앞 바다에서 고려시대인 13세기 전성기 때 제작된 비색(翡色) 청자 조각편 1,000여 점이 출토됐다.
문화재청 국립해양유물전시관(관장 김성범)은 9일 “지난해 11월 원산도 북쪽 해역을 발굴 조사해 13세기 전후에 제작된 대접과 접시, 매병(梅甁), 베개, 향로, 연적 등 최고급 청자편 1,000점을 인양했다”고 밝혔다.
인양된 파편들은 왕실용 등 최상급 비색청자들로, 원형이 유지됐다면 국보ㆍ보물급으로 평가된다고 문화재 전문가들은 밝혔다. 일부 파편 바닥에서 확인된 둥근 원 표시는 최고급 청자를 구운 전남 강진군 사당리 8, 23, 27호 가마터에서만 확인되는 것으로, 고려 21대 희종(熙宗ㆍ재위 1204~1211년)의 무덤에서도 원 표시가 있는 청자가 발굴된 적이 있다.
삼족사자형향로(三足獅子形香爐) 파편은 고려 22대 강종(康宗ㆍ재위 1211~1213년)의 비 원덕태후의 무덤에서 나온 삼족사자향로와 유사해 왕실용으로 추정되며, 투각돈(透刻墩) 파편은 강진과 함께 고급 청자 생산지였던 전북 부안군 유천리 산(産)으로 보인다.
중국 송나라 서긍(徐兢)의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에 묘사된 아름다운 비색의 사자형향로, 고려의 이규보(李奎報)가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서 ‘청의동자 고운 살결 백옥 같구나’라고 극찬한 동자형연적(童子形硯滴) 파편도 출토됐다. 동자형연적은 비슷한 형태의 동녀형연적(童女形硯滴)이 일본에 있을 뿐, 국내에 완전한 모습의 유물은 남아 있지 않다.
문화재청은 비색 청자가 12세기에서 13세기 전반까지 ‘강진→부안→개성’의 해상 수송로를 따라 생산ㆍ유통됐음을 확인했다며, 음각 양각 투각 상감 등 여러 기법을 쓴 다양한 종류의 유물 출토로 전성기 때 비색 청자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준현 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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