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TV토론 때문에 목하 고민중이다. TV토론이 선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인정하지만, 빡빡한 토론 일정이 후보들에게 부담이 되는 탓이다.
후보들의 고충은 우선 토론 준비에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간다는 데 있다. 미디어 선거의 꽃인 TV토론이 비전이나 정책 전달, 인지도 상승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점에서 피할 수도 없다.
열린우리당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 캠프 오영식 대변인은 9일 “토론이 있는 날이면 하루종일 토론 준비에 매달리느라 다른 일정을 많이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강 후보는 TV토론 당일엔 전문가들과의 토론 준비 때문에 외부 일정을 전혀 잡지 못했다. 따라서 유권자들과의 대면 접촉기회는 그만큼 줄어든다.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측의 인식도 마찬가지다. 오 후보 캠프 신동철 미디어팀장은 “단적으로 말한다면 선거 운동을 할 시간이 없다”며 “선거 운동이란 기본적으로 시민을 만나고 의견을 수렴하는 것인데 후보들은 맨날 공부하는 학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캠프 내부에서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에는 선관위가 주최하는 토론회만 참석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시민단체 등이 주최하는 토론까지 더하면 거의 하루 걸러 한번씩 실시되는 토론 일정이 버겁기 때문이다.
토론회가 지나치게 세세한 정책 논쟁으로만 흘러간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동철 팀장은 “토론회의 80%가 정책 실무자들이 알아야 할 내용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과거처럼 정책이 너무 없던 것도 문제지만, ‘너 이거 알고 있느냐’는 식으로 흘러가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비전이나 철학 등을 검증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토론회에 대한 관심도가 갈수록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구체적 정책토론의 반복으로 재미가 반감돼 시간이 흐르면 유권자의 눈을 붙잡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3일 KBS가 개최한 첫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는 시청률이 10.3%(TNS미디어코리아 집계)로 비교적 높았지만, 5일 SBS의 토론회는 4%로 떨어졌다. 강 후보측 오영식 대변인은 “횟수만 많다고 토론회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방송사 합동 토론 등 토론의 방법이나 형식에 대한 개선방안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최근엔 토론회 개최 방식을 둘러싼 후보간 감정 싸움도 벌어지고 있다. 강금실, 오세훈 후보의 양자 토론 여부를 두고 “약속을 해놓고 거부하고 있다”(강 후보측) “후보 4자 토론이 원칙”(오 후보측)이라는 공방이 오가 이래저래 TV토론이 도마에 오르는 형국이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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