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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외환시장의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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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외환시장의 가벼움

입력
2006.05.1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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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외환시장에서 엔ㆍ달러환율이 폭락했던 8일. 서울외환시장의 원ㆍ달러환율도 주저앉았다. 하락폭은 1.3%. 엔화를 빼면, 하루 낙폭으론 세계에서 가장 컸다.

전부터 ‘원’는 ‘엔’을 따라 다녔다. 하지만 요즘은 한 방향으로만 쫓아간다. 엔ㆍ달러환율이 떨어지면 원ㆍ달러환율도 예외없이 내려가지만, 엔ㆍ달러환율이 올라가도 원ㆍ달러환율은 또 다시 내려간다. 거의 일방통행 수준이다.

원화는 금년에만 9%, 1년반 동안 23%나 절상(환율하락)됐다. 세계 어디에도 이렇게 급등한 통화는 없다. 원화가 절상압력을 받는 것은 사실이고, 시장엔 원래 ‘쏠림’현상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렇다 해도 눈감고 한 쪽으로만 달려간다면 결코 정상적 시장이 아니다. 변동성이 크다는 태국 바트화나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도 이 정도는 아니다.

일본처럼 무역흑자를 내는 나라도 아니고, 중국ㆍ인도 만큼 외국자본을 빨아들이는 나라도 아닌데, 그렇다고 하루 아침에 ‘강한 원화’를 가질 만큼 한국경제가 건강 체질화한 것도 아닌데, 이토록 원화가치가 치솟는 것은 확실히 정상궤도를 이탈한 것임에 틀림없다.

원화의 ‘나홀로 외길 질주’는 국내 외환시장이 얕고 가볍다는 반증이다. 적은 거래량, 시장 참여자들의 예측력과 인내심 결여, 당국의 대응방식 등이 다 그 이유지만, 어쨌든 지금 같은 외환시장이라면 환율불안은 계속될 것이다. 정부의 한 고위인사조차 “우리가 과연 자유변동환율제를 지탱할 능력이 있는지 회의감 마저 든다”고 말했다.

외환시장은 자본이동의 관문이다. 통로가 튼튼해야 개방도 안전하다. 동북아금융허브, 원화의 국제화 등 거창한 아젠다도 좋지만,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외환시장부터 깊이부터 다지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경제부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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