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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해외펀드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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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해외펀드 투자

입력
2006.05.1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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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해외 펀드 가입금액이 급증, 지난달 말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펀드 가입 규모가 15조원대로 늘어났다. 그러나 판매자들이 상품이나 해외 증시, 경제 등에 대해 잘 모르고 권유하는 경우가 많고 사후 관리도 만족스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묻지마 투자’의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외국 펀드의 순자산가치(설정액+수익) 기준 판매잔액은 7조9,646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1조8,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4월에도 이 정도 증가했다고 가정하면 외국 펀드 판매잔액은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펀드평가가 집계한 해외투자펀드 설정액도 3월 말 3조9,176억원에서 지난달 말 5조4,665억원으로 1조5,000억원 가량 급증, 둘을 합한 금액은 15조원을 넘는다. 해외투자펀드는 국내 운용사나 해외 운용사의 국내 법인이 국내법에 따라 설정한 펀드를 말하고, 외국 펀드는 외국 운용사가 해외에서 설정한 펀드를 은행이나 증권사가 직접 수입해 판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올 들어 해외 펀드 인기가 불 붙은 것은 국내 주식시장이 지지부진한 반면 글로벌 증시는 상승세를 지속했기 때문이다. 정부도 환율 방어에 도움이 된다며 해외 펀드 가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전세계 증시가 활황세를 보인 덕분에, 이들 해외 펀드 가입자들은 비교적 짭짤한 수익률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처럼 불붙는 해외 펀드 투자 열기에 판매자의 수준이 못 따라가면서 불완전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펀드평가 이동수 연구원은 “센섹스지수(인도 뭄바이증시 대표지수)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인도 투자펀드를 판매하는 은행 직원도 있다”면서 “한 직원이 은행 전용 예금상품은 물론 보험과 주가연계상품, 국내외 펀드까지 70여종의 상품을 동시에 팔다 보니 전문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인도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한 K씨는 당시 “환율 헤지를 위한 선물환 계약은 언제나 가능하다”는 판매자의 설명을 믿고 가입했다가 올해 초 환율이 급격하게 떨어지자 선물환 계약을 하기 위해 지점을 다시 찾았으나, 판매 직원이 “선물환 계약은 가입할 때만 맺을 수 있다”고 말을 바꿔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지난해 4월 채권형 이머징마켓펀드에 가입한 P씨도 “당시 선물환 계약을 해 달라고 판매자에게 요청했으나 나중에 확인해 보니 선물환 계약이 안 돼 있어 올 초 환율 급락으로 손실을 봤다”고 하소연했다.

판매 후 관리도 문제다. 해외 증시는 국내 증시에 비해 일반 투자자들이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없어 환율 관리나 환매 시기 등에 대한 조언을 받는 것이 중요한데, 판매사들은 거액을 맡긴 VIP 고객이 아닌 일반 고객에 대한 관리는 소홀한 편이다.

자산운용협회 김정아 부장은 “해외투자펀드는 운용사들이 국내법에 따라 그날 그날의 수익률과 수탁액, 펀드매니저 변경 등에 대한 공시를 할 의무가 있지만, 일종의 ‘수입품’인 외국 펀드는 해외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고객이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외국 펀드는 국내 운용사 펀드에 비해 훨씬 많은 선취 수수료를 떼고 부가적으로 환전 비용, 선물환 계약 수수료 등을 내야 하기 때문에 고객들은 더 부족한 서비스를 받으면서 더 많은 비용을 물어야 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판매자의 자질 향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원은 “미국의 경우 펀드 가입자의 40% 이상이 펀드 자문가의 도움을 얻어 펀드에 가입하고 있다”면서 “국내에도 이러한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위원회 김용환 국장은 “앞으로 자본시장통합법이 제정되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전문가의 설명을 듣고 펀드에 가입할 수 있는 ‘투자권유자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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