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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협업 실패·시장예측력 약화… "국내도 대기업病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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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협업 실패·시장예측력 약화… "국내도 대기업病 우려"

입력
2006.05.1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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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봄. 이헌출 LG카드 사장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었다. 이 사장은 2000년 이후 강력한 확장 정책으로 라이벌 삼성카드를 따돌리고 LG카드를 업계 1위 자리에 올려놓았다. 구 회장은 사장단 회의 때마다 “악착같이 파고 들어 업계 1등을 달성했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LG카드는 2003년 말 카드사태에 휘말리며, 계열 분리됐고 LG그룹은 알토란 같은 LG증권까지 채권단에 넘겨줘야 했다.

이 같은 현상은 글로벌 기업에서도 흔히 발생한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LG경제연구원은 9일 ‘기업 성장통의 다섯 가지 징후’ 보고서에서 글로벌 기업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연간 매출 400억 달러와 700억 달러 사이에서 성장 정체에 직면한 사례가 많았다고 밝혔다. 원화로 환산하면 매출 40조~70조원 사이에서 자체 모순 때문에 대기업 병에 걸리게 된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들도 ‘대기업 병’에 감염될 소지가 다분하다.

LG연구원은 성장 정체에 빠진 대기업에서는 5가지 징후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첫째는 이미 많은 자원을 투입한 분야에 더욱 역량을 집중하는 ‘영양 불균형’ 현상이다. 일본 마쓰시타는 제품개발에 강하고 마케팅은 약한 회사였다. 1990년대 매출이 정체되자, 제품개발 투자를 더욱 늘렸으나 가뜩이나 경쟁업체(소니)보다 약한 마케팅 부문의 힘을 약화시켜, 매출 부진의 악순환이 가속화했다. .

둘째는 ‘내부 협업의 실패’ 현상이다. 연구원에 따르면 모토롤라 신임 최고경영자(CEO)인 에드 잔더는 부임하자마자 사업부별 조직 이기주의가 전체의 효율을 떨어뜨린다고 질타했다. 재계에서는 국내 사례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플래시 메모리를 아이팟MP3를 만드는 애플에 저가에 대량 공급, 같은 회사 MP3 사업부문에 타격을 준 것을 꼽고 있다.

세번째와 네번째는 CEO를 보좌하는 전략부서의 기능 마비와 시장상황에 대한 예측력 약화다. 국내 사례로는 LG카드와 삼성카드가 꼽힌다. 삼성카드는 카드 거품론에도 불구, LG카드에게 빼앗긴 시장을 만회하기 위해 맞대응을 하다가 역시 수조원의 손실을 초래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가 인터넷 사업에 진출했다, 수백억원대의 피해를 입고 철수한 것도 전략부서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섯번째는 현사업에 안주하는 것이다. ‘3D 게임기’ 사업에서 실패한 뒤 다시는 신규사업을 펼치지 않아 성장 정체에 빠져 있는 마쓰시타가 대표적 사례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세계 시장을 독점하는 플래시 메모리 분야에만 ‘올 인’하는 정책이 잠재적 위험 사례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플래시 메모리는 기술적으로 진입장벽이 높지 않을 뿐 아니라, 인텔 도시바 마이크론 등이 삼성전자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시설 확장에 나서는 등 위험요소가 다분하다”며 다양한 투자 필요성을 지적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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