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요가 파는 것은 술과 도자기가 아니라 우리의 전통문화다.”
광주요 그룹 조태권(58) 회장은 요즘 한국문화의 고급화에 부쩍 관심이 많다. 특히 도자기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조 회장은 “세상 사람들이 한국의 고급 문화로 첫손을 꼽는 건 도자기”라며 “그러나 도자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도자기란 물건을 담는 데 쓰이는 것이지 감상하는 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20대 시절 대우의 상사맨으로 중동에 진출, 사업감각을 익힌 그는 30대부터 무역업을 하면서 꽤 많은 돈을 벌었다. 잘 나가던 그는 1988년 경기 이천에서 도공으로 일하던 선친의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 도자기의 세계로 들어섰다.
그는 “옛날 사람들은 도자기에 밥도 담고, 국도 담아 먹는 등 생활의 한 부분으로 여겼는데 언제부터인가 도자기는 아무나 범접할 수 없는 고상한 물건으로 여기게 됐다”며 “그래서 처음 10년 동안은 도자기의 생활화에 초점을 두고 보급에 힘썼다”고 말했다.
도자기의 대중화가 어느 정도 이뤄질 때쯤 조 회장은 도자기에 어울릴 만한 술과 음식을 개발하는 데 몰두했다. 98년부터 ‘아름다운 식탁전’이라는 행사를 진행해온 그는 2003년 서울 신사동에 고급 한정식 레스토랑 가온을 차렸다.
밑반찬에서 주메뉴까지 최고급 재료를 사용한 맛깔 난 음식을 광주요에서 제작한 고급 도자기에 담아 냈다. 삼계탕에 전복과 홍삼을 넣은 홍계탕이 대표음식이다. 1인분에 7만원이 넘는 고가이지만 외국인들에게 소문이 나면서 빈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성공했다.
조 회장은 여기에 고급 술을 더했다. 1년 6개월의 노력 끝에 100% 쌀 증류주인 화요(火堯)를 개발하는데 성공, 2003년 세상에 내놓았다. 화요는 소주의 소(燒)자를 분리한 단어다. 41도인 이 술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 등 내로라하는 기업의 총수들이 즐겨 찾는다.
폭탄주의 뇌관을 양주대신 화요가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그의 목표이기도 하다. 도자기, 음식과 술, 그 삼합(三合)의 오묘한 조화로움을 선보일 라인업을 모두 갖춘 셈이다.
조 회장은 가온에 이어 지난 달 26일 강남에 전통주점 낙낙(樂樂)을 개업했다. 그는 “가온이 VIP고객들을 위한 배려였다면, 낙낙은 대중화를 위한 첫 단계”라며 “이제부터 본격적인 해외진출의 포문을 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선 연내에 낙낙을 미국시장에 진출시키는 게 꿈이다. 나아가 인구 10만명 이상 도시마다 낙낙을 확산, 보급시키겠다고 한다. 세계 1,000개 도시쯤에 낙낙이 생겨나고, 한 매장당 연간 50만 달러 정도를 벌어들이는 게 목표다.
“낙낙과 가온의 세계화는 우리의 도자기에 우리의 술과 김치와 고추장, 된장이 담기게 된다는 뜻으로, 결국 우리의 문화가 세계화한다는 의미”라는 조 회장은 “음식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 현지에서 서로 매장을 차리겠다며 돈을 들고 와 줄을 서는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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