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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들 끼리도 通해야 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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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들 끼리도 通해야 대화한다

입력
2006.05.0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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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단 한 개의 세포가 분열을 거듭해 약 60조개의 세포로 이루어진다. 최초의 수정란과, 근육 뼈 혈구 등으로 분화된 수백가지 세포들은 유전자는 똑같지만 각기 다른 역할을 맡고 있다.

기능이 다른 세포들은 어떻게 제 역할을 하면서 복잡한 생명현상을 유지할까? 다양한 조직이 원활히 의사소통해야 사회가 잘 돌아가듯 세포들도 커뮤니케이션이 잘 돼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세포의 대화는 단백질을 주고받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단백질이 너무 많거나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질병으로 이어진다. 신약 개발도 결국 세포와 대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세포들은 어떻게 단백질을 주고받는지 그 기초연구에 대해 최근 국내 연구자들이 중요한 성과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공식창구를 통한 대화

세포끼리 물질을 주고받는 과정은 먼저 세포 표면의 수용체에 단백질이 결합하는 방법이 있다.

이런 식이다. 사람이 밥을 먹으면 내장에서 혈관으로 흡수된 당을 세포들이 끌어들여 에너지원으로 쓰게 된다. 이 때 세포들에게 “당을 갖다 쓰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바로 인슐린이라는 호르몬(단백질)이다.

수용체에 인슐린이 결합하면 이 부분이 통째로 세포 속으로 들어가 잘린다. 이제부터는 세포 안에서 신호전달을 시작, 세포 핵에 명령을 전달해 임무를 수행토록 한다.

수용체 매개 대화는 공식적이다. 수용체는 입체구조가 딱 맞는 단백질하고만 결합한다. 즉 메시지(단백질)를 받는 창구(수용체)가 각각 정해져 있는 셈이다.

때문에 화학적으로 약을 만들어 특정 수용체와 결합시키고자 해도 구조가 정확히 들어맞지 않으면 약효가 나타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나중에는 정상적인 단백질과도 잘 결합하지 않는 부작용이 일어난다.

실제 당뇨는 인슐인이 부족한 원인(1형)보다 수용체가 인슐린에 둔감해져 일어나는(2형) 경우가 더 많다. 세포 사이 커뮤니케이션의 교란이 질병을 낳는 것이다.

최근 포스텍 분자생명과학부 류성호 교수팀은 수용체를 매개로 한 단백질 작용에서 포스포리파제 D(phospholipase D)라는 단백질이 타이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수용체를 세포 속으로 끌어들여 잘라내는 가위 역할을 하는 단백질인 다이나민에 포스포리파제 D가 “자르라”는 명령을 전달, 수용체 반응 속도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류 교수팀은 암과 관련된 상피세포성장인자와 인슐린 수용체에 대한 실험을 통해 포스포리파제 D의 양이 많을수록 수용체를 잘라내는 시간이 빨라짐을 확인했고, 이 연구논문은 ‘네이처 셀 바이올로지’에 발표됐다.

류 교수는 “인슐린 수용체가 인슐린에 둔감해지는 이유가 수용체를 너무 빨리 세포 속으로 끌어들여 잘라내기 때문은 아닌지 앞으로 연구해 보겠다”며 “이 가정이 사실일 경우 수용체 작용을 늦추는 약물을 개발, 기존 약물의 효과를 배가 시킬 수 있는 약물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공식적 대화 통로

수용체를 매개로 하지 않는 식(食)작용도 있다. 세포막이 돌기처럼 튀어나와 물질을 싸고 들어가는 과정이다. 면역세포의 일종인 식세포는 외부의 침입자나 대사과정 중 생기는 쓰레기 등을 식작용으로 먹어버린다. 식세포 내부에 들어간 물질은 낱낱이 분해돼 몸 속을 깨끗이 청소하는 기능을 한다.

특별 전령을 통한 핫라인

핫라인과 같은 대화통로도 있다. 1998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스티븐 F 다우디 박사팀이 에이즈 바이러스의 단백질(TAT) 일부 절편이 수용체를 통하지 않고 세포를 자유자재로 침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침투 메커니즘은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단백질 전달체(PTD)는 신약개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창구(수용체)를 정확히 찾지 않아도 단백질 전달체에 딸려보내기만 하면 세포가 메시지(약물)를 받아들이기 때문.

연세대 생명공학과 이상규 교수는 “하등동물에서 똑 같은 기능을 하는 단백질도 입체구조의 차이로 인해 사람에서는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지만 단백질 전달체를 이용하면 이런 문제 없이 신약개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세포 투과 효과가 좋은 것으로 확인된 8종의 단백질 전달체 중 2종을 발견, 포휴먼텍㈜이라는 벤처를 통해 특허화했다.

최근 ‘네이처 메디슨’에 게재된 이 교수팀의 논문은 바로 Hph-1이라는 단백질 전달체에 T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CTLA-4를 붙여 천식 류머티스관절염 등의 면역억제제로 개발한 것이다.

단백질 전달체를 이용한 신약개발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심장의 혈관이 막혀 심근세포가 괴사하는 심근경색은 조속히 막힌 혈관을 뚫어 괴사를 막는 길만이 최선의 치료법인데 단백질 전달체에 세포 괴사를 막는 단백질을 결합시켜 투여한다면 혈관을 뚫기까지 시간을 벌 수 있는 훌륭한 응급약이 된다. 이 교수팀은 연섦?의대팀과 함께 이에 대한 임상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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