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국빈 방문하고 있는 몽골에서는 한국 열풍이 거셌다. 한국과 몽골은 인종적으로 ‘형제의 나라’로 불리고 있지만 한국을 바라보는 몽골의 시선은 인종적 근접성을 뛰어넘을 정도로 깊고 끈끈했다.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시내를 달리는 자동차 중 절반 가량이 한국산 중고차들이었다. 기자가 탄 택시도 현대자동차에서 만든 액센트였는데 주행거리가 무려 35만㎞를 넘었을 정도로 낡은 것이었다.
특히 한국은 몽골의 주요한 외화 수입원이다. 한국에 체류하는 몽골인들이 본국으로 송금하는 수입이 몽골의 전체 외화 수입 가운데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 합법 또는 불법으로 체류하는 몽골인은 몽골 국민(256만명)의 1% 수준인 2만5,000여명. 이들의 송금액은 연간 3억 달러로 몽골 국민총생산(18.7억 달러)의 16%를 넘는 수준이다. 몽골에 대한 해외투자 가운데서도 한국은 중국 캐나다 미국에 이어 4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어 배우기 바람도 불고 있다. 몽골 국립대, 국립 울란바토르대, 국립 사법대 등 12개 대학이 한국학 또는 한국어학과를 개설하고 있다. 현지 관계자는 “몽골에서 한국어 또는 한국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수는 2,500여명”이라며 “한국 체류자까지 합치면 한국 말을 할 수 있는 몽골인은 수만 명에 이르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몽골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한국의 영화, TV 드라마, 가요, 패션 등이 유행하고 있다. 몽골의 한 대학생은 “대장금, 겨울연가 등 유명 드라마나 영화는 한국에서 방영된 지 한두 달 만에 몽골의 TV나 영화관 등에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다수 몽골인들에게 한국은 ‘꿈의 나라’로 인식되고 있으나 일부 한국인의 추태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부정적 인식도 싹트고 있다.
한편 노 대통령은 8일 남바린 엥흐바야르 몽골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선린우호협력 동반자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한편 몽골의 천연자원과 한국의 기술ㆍ자본을 결합한 자원ㆍ에너지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울란바토르=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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