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충실한 (대학의) 지원자 역할에 그쳐야 합니다. 대학도 엄격한 자기관리를 통해 개혁적 기능을 다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손꼽히는 고등교육 전문가인 이현청(58)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이 9일 퇴임한다. 1998년 4년제 대학 총장 협의기구인 대교협 사무총장에 취임한 지 8년 만이다. 대교협 최장수 사무총장 기록도 남기게 됐다. 졸업인증제, 조기입학제 도입 등이 그의 작품이다.
“대학 변혁기에 훌륭한 조율사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는 대학과 총장을 가장 잘 아는 인물로 통한다. 대학 총장만 1,700여명을 모셨다. 그의 재임중 교육부 장관은 16명이나 갈렸다.
대교협 사무총장 자리는 흔히 ‘샌드위치 보직’으로도 불린다. 정부와 총장들의 입장을 두루 고려해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입시나 평가 등 대학 현안 사항을 조율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총장들의 의사를 정부에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일이 주된 임무다. 정부의 ‘요구’도 함께 감안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는 “대학에 너무 치우치면 정부가 서운해하고, 반대의 경우라면 대학이 불만을 토로했다”고 말했다. 대입 3불(不)(고교등급제ㆍ본고사ㆍ기여입학제 금지) 정책이나 2008학년도 대입전형 등 정부와 대학이 첨예하게 맞섰을 때 그가 내려야 했던 결정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방증해 보이는 대목이다. 그는 3불 정책의 경우 대학, 새 대입전형은 정부쪽에 가까운 입장을 취했다.
그는 입시제도 개편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입시 때문에 국민들이 너무 시달린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입시는 대학에 자율성을 부여해야 하고 지금보다 더욱 다양한 전형이 도입돼야만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덜 수 있다”고 강조했다.
23일 호남대 총장에 취임, 대학 총장으로 변신하는 그는 “대학교육에 로비가 통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전략과 비전을 갖춘 전략적 총장이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서던일리노이대 교수, 부산대 교수 등을 거쳐 세계학점교류 및 인정위원회 의장 등을 지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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