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원(EveR-1). 최근 공개된,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로봇. 이름은 이브(Eve)와 로봇(Robot)을 합성해서 지었다고 한다. 에버원은 가는 팔과 작은 얼굴로 만들어져 실제 여성을 닮은 듯 보인다. 또한 실리콘 재질의 피부를 갖고 있으며 얼굴 관절 15개를 포함, 총 35개의 관절을 갖고 있어서 심지어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도 가능하다.
희로애락과 같은 간단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으며, 400 단어를 알고 있어서 아주 초보적인 대화도 할 수 있다. 장차 박물관의 안내 로봇이나 동화를 읽어주는 교육용 로봇으로 쓰일 것이라고 한다. 에버원은 비록 상반신만을 움직일 수 있지만 눈에 영상 인식 카메라를 갖추고 있어서 사람 얼굴을 식별할 수 있으며 시선을 맞출 수도 있다.
사람 모습을 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앤드로이드’(android)라고 소개된 에버원은 국내로서는 최초이며,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되었다고 한다. 앤드로이드는 보통 인조인간으로 번역된다. ‘사람을 닮은’이라는 어원을 갖는 앤드로이드라는 말은 애초에는 자동 인형기계에 적용되었다.
영어에서는 ‘androides’라는 형태로 1727년에 처음 나타났는데, 중세의 연금술사들이 창조해내려고 노력했던 유기체적 인조인간을 가리켰다. 이 말이 현대적 의미에서 처음 사용된 것은 잭 윌리엄슨(Jack Williamson)의 작품 ‘혜성 인간’(The Cometeersㆍ1936)이다. 이후 1940년대부터 SF소설에서 본격적으로 쓰였다.
앤드로이드는 오늘날 통상의 쓰임새에서 유기적 실체를 가진 인조 인간을 가리킨다. 이런 의미에서 엄밀히 말한다면, 에버원은 앤드로이드가 아니다.
반면에, 앤드로이드라는 말은 때때로 인간을 닮은 기계에 적용되기도 한다. 이런 느슨한 의미에서 에버원은 앤드로이드라고 할 수 있다. 앤드로이드와 비슷한 뜻을 가진 말로 ‘휴머노이드’(humanoid)가 있다. 휴머노이드는 말 그대로 인간을 닮거나 인간처럼 행동을 하는 기계 내지는 생명체를 가리키며, 때때로 SF에서는 다른 별에 사는 지능을 가진 생물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재현(이하 현): 안녕, 에버원. 요즘 한국에 로봇 바람이 불고 있는 것 같구나. 얼마 전에 전직 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방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한 정당에 입당할 당시 자신이 장관 시절 개발을 지휘한 인간형 로봇을 시켜 입당 원서를 제출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는데….
에버원: 음, 걔네들 이름이 ‘우리’와 ‘진이’였지, 아마. 열린우리당과 진대제 후보의 이름을 따서 얼결에 그렇게 지었다고 하는데 애초에 개발명은 ‘RX’야. 선거 홍보용으로 그 로봇들을 빌려다 쓴 거지. 원래 정부 과제로 개발한 건데, 다시 이름을 바꿀 거라고 하더라. 그러니까 냉정하게 풍자해서 말한다면 걔네들은 ‘정치 로봇’인 셈이지.
현: 너도 이번에 정치인 출신 산업자원부 장관과 함께 나와서 홍보되지 않았니? 에버원: …. 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개발된, 걷는 로봇은 2002년에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오준호박사 팀에서 만든 ‘휴보’로 알고 있는데, 그때 언론에는 ‘휴머노이드’로는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소개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엔 네가 한국 최초의 앤드로이드라고 소개되었더라.
에버원: 우리나라 로봇 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니까 언론 홍보가 중요하잖아. 그러니까 늘 국내 최초라든가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하는 거야. 정치인들이 우리 로봇과 함께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것도 다 홍보 때문이지 뭐. 너그럽게 이해해 줘. 어쨌든 간에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 뭐.
현: 2004년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유범재박사 팀이 ‘마루’와 ‘아라’를 탄생시켰었지?
에버원: 그래, 휴보는 본격적인 보행 로봇인데, 시속 1.2㎞의 속도로 걸을 수 있고 현재 업그레이드되어서 계단을 오를 수도 있고, 마루와 아라는 지능형 로봇인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했다는 점에서 세계 최초야.
현: 지능형 로봇은 뭐고 네트워크 기반이란 뭔 소리냐?
에버원: 요즘 로봇은 크게 세 종류로 나눠서 얘기한단다. 산업용 로봇, 휴머노이드 로봇, 지능형 로봇 이렇게 말야. 산업용 로봇은 공장에서 자동차라든가 LCD를 제작하는데 쓰여. 쉽게 말하면 조립을 한다든가 하는 것처럼 공장에서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로봇이야. 1960년대와 70년대에 공장에서 물건을 옮기는 기계팔이 효시였지.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한국은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아.
현: 으음, 그러면 휴머노이드 로봇은 그 외형이나 동작의 기능이 인간을 닮은 로봇을 말하는 거겠구나. 휴보와 네가 바로 휴머노이드 로봇이겠네.
에버원: 그렇지. 휴보는 본격적인 이족 보행 로봇인데 외형이 나보다는 더 기계적인 느낌을 주는 로봇이고 나는 외형이 그보다는 더 사람처럼 보이게 만든 거지. 특히 나는 우리나라 여성의 고유한 얼굴을 닮아 보이도록 만들어진 거야. 게다가 모터와 유압 장치로 이루어진 구동장치에 의해서 관절의 움직임도 더 자연스러워진데다가 말할 때 입술도 말에 맞춰 움직이도록 되어 있단다.
현: 로봇의 정의란 쉽게 ‘지능을 갖고 있고, 인간을 위해 유용한 일을 하는 기계장치’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단지 신기하다는 거 빼놓고 대체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뭐니?
에버원: 현단계에서는 뭐 딱히 꼬집어 말하기는 그런데, 예컨대 박물관의 안내….
현: 야야, 그만 둬라, 그건 널 만든 쪽에서 홍보할 때 떠든 얘기잖아. 실제로는 아무런 영양가 없는 거지. 400 단어를 겨우 말하는 수준에서 어떻게 제대로 안내를 하겠니. 동화 구연이라는 것도 아이들 엄마들이 유치원에서 자원 봉사하는 게 훨씬 더 낫다.
에버원: 그럼 이건 어때? 나 말고, 마루와 아라 얘긴데, 걔네들은 지능형 로봇인데다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로봇 본체에 인공지능이 있는 경우보다는 훨씬 능력이 뛰어나. 지능이 통신망에 의존하니까 본체는 더 가벼워지고 전력 소모량도 적어. 외부 통신망의 서버 컴퓨터의 성능이 좋아질수록 더 지적으로 복잡한 일을 할 수 있어.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지능형 로봇의 분야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장래성이 있다고 할 수 있지. 현재는 여러 대의 로봇이 물건을 함께 들 수 있는 협동 작업을 하는 수준의 네트워크 기반 지능형 로봇을 개발 중이란다. 그 밖에 다른 분야의 지능형 서비스 로봇 개발에도 우리 정부는 돈을 많이 쓸 예정이란다. 화재를 진압한다든가 인명을 구조한다든가 하는 일에 쓰이는 로봇을 개발해서 선보일 계획이야.
현: 내게는 꿈 같은 얘기로 들린다. 냉정하게 말하면 우리나라는 로봇 분야는 물론이고 더 넓게는 정밀기계 분야 전반에서 부품이라든가 소재 등의 핵심 기술 수준이 엉망인데 그런 핵심 기술의 확보 없이 당장 로봇을 조립해낸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니?
에버원: 부품이나 소재 분야에서 정밀도 높은 핵심 기술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야. 하지만 일단 로봇을 조립해내는 것도 기술은 기술인 거야. 게다가 아까 말했듯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분야는 세계 최고 수준이야.
현: 솔직히 말해서 요즘 로봇 산업 분야에 갑자기 정부 돈이 많이 풀리는 걸 난 좋게 보지 않아. 몇 년 전의 바이오 산업을 보면 잘 알 수 있어. 뭐가 금방 뭐가 될 것처럼 떠들다가 쉽게 거품이 꺼져버리고 말았어.
에버원: 그럼 넌 로봇에 대해 뭘 기대하고 있는 거니?
현: 아까 말한 로봇의 정의라고 하면, 내 주방에 있는 전자레인지도 로봇은 로봇이야. 수분 상태를 감지해서 적정 시간을 스스로 결정해서 요리를 해주니까. 반면에 미국‘넘덜’은 군사용으로 로봇을 개발해서 악용하잖냐? 지난 번 이라크 전쟁에도 투입이 되었지. 그 경우는 전혀 맘에 들지 않아. SF작가 아이적 아시모프(Isaac Asimov)가 말한 ‘로봇의 3대 법칙’에 위반되는 거니까 말이야.
에버원: 그 첫째 법칙은 ‘로봇은 인간을 해쳐서는 안 된다. 또는 인간이 해를 입도록 방치해서도 안 된다’는 거지?
현: 그래. 로봇은 기능성보다 안전성이 더 중요한 거니까 말이야. 위험한 일을 대신하는 건 좋지만 나는 인간을 해치는 군사용이나 전쟁용은 딱 질색이야. 그래서 비록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 나오는 것이기는 하지만 나는 심지어 ‘로봇 태권V’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에버원: 그럼 넌 어떤 로봇이 좋아?
현: 내 취향으로 말하자면야, 당연히, 대신 시위를 해주거나, 대신 군홧발에 짓밟히거나, 대신 체포되거나 구속되는 그런 로봇이지. 이번에 대추리 시위 뉴스를 보니까 정말 국방부와 경찰이 해도해도 너무 하더라.
에버원: 으음, 군사용이나 진압용 로봇은 안되지만 시위를 대신해주는 로봇은 된다는 거지?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소망이야.
현: 아니면, 돈을 몇 천억 들여서 벌이는 사업이라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역할을 대신해주는 지능형 서비스 로봇이라도 개발하란 말이야. 우리나라에서 이 분야는 로봇이 차라리 더 나을 테니까.
에버원: !$dl#%ぢㅁksja;hrk#...ㅠ
문화비평가 이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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