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하면 오히려 숨질 가능성이 높은 방독면이 ‘국민방독면’이란 이름으로 보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방재청은 8일 국민방독면 성능검사를 위한 조사위원회를 구성, 한국표준과학원을 통해 방독면을 검사한 결과, 2002년 9월 이전에 생산된 제품 41만3,617개 모두가 화재용 정화통이 불량품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불량 화재용 정화통은 유독가스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해 화재발생 3분 이내에 방독면 내 일산화탄소 농도가 기준치인 350ppm을 초과했다.
일부 불량품은 1분 이내에 기준치의 3배 수준인 1,000ppm을 넘기도 했다. 방독면은 화재발생 시 대피시간을 고려해 최소 3분까지 방독면 내 일산화탄소 농도를 350ppm 이내로 유지해야 한다. 불량 국민방독면은 성능이 떨어져 오히려 유독가스에 질식, 사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2001년 12월부터 보급되기 시작한 국민방독면은 모두 116만4,892개가 보급됐고, 이번에 발견된 불량품은 이 가운데 35.5%를 차지한다. 소방방재청은 이번에 적발된 41만3,617개 이외에 2001년 12월 직후 나온 국민방독면 16만3,000개에서도 결함이 발견돼 2003년 리콜조치했다.
국민방독면의 성능불량 문제는 이미 2003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됐으며, 2004년 경찰 수사로 확인돼 당시 서울시 25개구청에 불량 방독면 13만4,000개를 납품한 방독면 제조업자와 금품을 받은 국회의원 보좌관, 조달청 공무원이 형사처벌을 받았다.
하지만 국정감사의 문제제기 후 경찰이 수사에 들어가기까지 3차례의 성능검사를 실시했지만 3회 모두 2002년 9월 이후 생산된 정상품에 대해 이뤄져 적발하지 못했다. 또 경찰수사 후에도 전수조사 등의 개선책을 마련하지 못해 제대로 된 후속대책 없이 방치돼 왔다.
소방방재청은 불량 방독면이 방치돼 온 경위에 대한 자체조사를 거쳐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할 방침이다. 소방방재청은 또 불량으로 판정된 국민방독면의 화재용 정화통을 예비로 보관 중인 화생방용 정화통으로 교체해 전시대비용으로 보관ㆍ관리하고 조달청에 통보 및 환수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할 계획이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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