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입학처장들이 만나면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정부가 3不(기여입학, 본고사, 고교등급제 금지)을 만들더니 논술 가이드라인으로 4不이 되고, 학생부 50% 이상 반영으로 5不이 되었다. 대학입시는 더 혼란스러워졌다.
● 더 혼란스러워진 대학입시
지난 1년은 정부의 지나친 간섭이 대학입시에 혼란만 가져온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2005년 5월 10일 수도권지역 대학들의 입학처장 협의회(서울지역대학교입학관련처장협의회)에서 2008학년도 입시에 대한 회원 대학들의 입장을 발표하였다. 2008학년도 입시는 2007학년도까지 진행된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 동요하지 말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이는 당시 2008학년도 안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동요를 가라앉히기 위한 대학들의 선택이었고 정부도 이에 동의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다 진보적 교육단체들과 일부 언론들이 학생부 반영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들을 하게 되고, 정부의 입장도 2008학년도의 입시는 그 이전과는 달라야 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혼란만 가중되었다.
2005년 말이 다가오자 교육부는 대학들에 2008학년도 전형방법에 대한 내용들을 대교협에 제출하라는 요구를 하였다. 2007학년도 전형방법도 확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2008학년도 전형방법을 제출하라는 것은 황당한 요구임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해 무리한 의사결정을 하였다.
곧 이어 으레 그러하듯이 진보적 교육단체들과 일부 언론들이 학생부 반영 비율이 낮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정부는 이미 발표된 전형방법들을 학생부 반영 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수정할 것을 요구하게 된다. 정부의 요구는 5월 2일 20여개 대학의 발표문에 반영되었고 자율권을 외치던 대학의 입학처장들은 ‘스타일 구기는’ 처지가 되었다. 혼란의 연속이다.
대학의 입학처장들이 스타일 구겼다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지나친 간섭이 만들어 내는 혼란의 연속과 여기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이다. 입시에는 만병통치약이 없다. 중요한 것은 급격한 변화를 피함으로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예측가능성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 정부 역할 큰 틀 제시에서 멈춰야
우리나라의 입시에서 정부의 역할은 큰 틀을 제시하는 선에서 멈추어야 한다. 대학들이 정부의 큰 틀을 받아들이기로 했으니 그 안에서 어떻게 학생들을 선발하는가는 대학에 맡겨야 한다. 2008학년도 입시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는가에 대한 키는 정부가 쥐고 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과 학부모들도 너무 혼란스러워 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미 많은 대학들은 학생부를 50% 안팎으로 반영해 왔고 이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또 모집단위별 지원자들의 학생부 성적은 비슷하기 때문에 실제 변별력은 높지 않으며 이는 지난 수년간의 경험으로 입증된 바다. 결론은 새 입시가 과거의 입시와 크게 달라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선해ㆍ성균관대 입학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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