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탈북자 6명 망명 수용을 놓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겉으로는 “2004년 미 의회의 북한인권법 제정 이후 이미 예상됐던 수순”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이번 사안이 미국의 대북 인권공세가 본격화하는 신호탄이라는 점 때문에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북미간 충돌로 북핵 문제 해결이 어렵게 되고 남북관계도 꼬이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일단 공식적으로는 담담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8일 “그 동안 미국 정부가 탈북자를 한 명도 받지않았는데 이에 대한 부담이 있었고 미국이 스스로 심사해 미국행 희망자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의미를 평가 절하했다. 다른 정부 당국자도 “북한인권법이 만들어졌을 때 이미 예상됐던 일이 2년 만에 실행에 옮겨진 것일 뿐”이라며 “미국 정부의 특별한 정책변화로 볼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언급은 이번 사안의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한을 둘러싼 정세는 심각하다. 지난해 9월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계좌 동결 이후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를 둘러싼 북미갈등이 심각해졌고, 북핵 해결을 위한 5차 2단계 6자회담 재개 전망도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민감해 하는 탈북자 문제를 이슈화 한다면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게 뻔하다.
물론 내부적으로는 미국 행태에 대한 불만도 감지된다. 한 정부 당국자는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 파탄을 걱정하면서도 탈북자를 매년 수천명씩 받아들일 때 네오콘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지적했다. 정치적 선전효과를 노린 상징적 수준의 탈북자 수용이지 인도주의적 발상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특히 남북관계의 경색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2004년 7월 동남아에서 468명의 탈북자가 집단 입국하면서 남북대화가 10개월 가까이 중단됐던 상황이 재연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이번 일이 확대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번 일이 6자회담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3일 관훈토론회에서 “미국의 북한체제 변동시도에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의 대북 압박이 다른 사안으로 확대돼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였다. 하지만 이번 일로 상당 기간 6자회담 재개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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