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930원선도 무너졌다. 원ㆍ달러 환율이 920원대로 진입한 것은 8년7개월 만이다.
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11.70원이나 폭락, 927.90원으로 마감됐다. 낙폭 역시 6개월여만에 가장 컸다.
이날 원ㆍ달러 환율의 하락의 일차적 촉매제는 엔ㆍ달러환율 하락(달러약세)이었다. 10일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 기조의 종결선언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제기됨에 따라 국제외환시장에는 달러화 매물이 쏟아졌고, 엔ㆍ달러 환율은 7개월만에 최저수준인 111엔대로 주저앉았다.
여기에 중국 위안화 절상이 가속화될 것이란 기대감, 미국의 쌍둥이적자 해소를 위해 국제적으로 달러화 약세를 용인할 ‘신 플라자합의’가 도출될 수도 있다는 인식 등이 퍼지면서 원ㆍ달러환율의 하락압력은 더욱 거세졌다. 대내적으론 주가상승이 환율 낙폭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같은 환율폭락에도 불구, 외환당국은 시장개입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짧은 기간 동안 너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당분간 조정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달러화의 약세가 대세로 자리잡은 이상 원ㆍ달러환율은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엔화가 원화보다 더 절상된 덕에 이날 원ㆍ엔환율은 830원대로 소폭 상승했다.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가격 상승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원ㆍ달러 환율까지 급락함에 따라 중소수출업체의 상당수가 수출가능 한계선상에 몰리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환율이 더 떨어질 경우 금년도 경제운용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본격적인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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