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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골퍼가 임업후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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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골퍼가 임업후계자?

입력
2006.05.09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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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지역에서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는 프로골퍼 여모(37)씨는 2004년 2월 가짜로 서류를 만들어 군청에 임업후계자를 신청했다.

군청의 심사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여씨는 곧 임업후계자로 선정됐고 500만원짜리 임야를 5,000만원에 산 것처럼 꾸며 산림조합(옛 임협)에서 임야구입자금 5,000만원을 대출 받았다.

정부는 임업을 육성하기 위해 임업후계자들이 임야를 구입할 경우 ‘30년 후 상환, 연 1.5%의 낮은 이자율’ 조건으로 자금을 대출해 주는 제도를 1996년부터 시행해 왔다. 물론 여기에는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여씨는 차익 4,500만원을 골프연습장 운영자금으로 모두 썼다.

단란주점 주인 이모(53)씨의 상황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이씨는 여씨와 같은 수법으로 2차례에 걸쳐 산림조합으로부터 1억원을 대출 받았다.

이씨는 실제 임야 매입대금 500만원도 아까워 지인을 통해 임야를 사지 않았는데도 산 것처럼 허위 매매계약서를 작성했다. 이렇게 5,000만원을 또 챙겼다.

이씨는 이번에는 자신의 딸(29)을 임업후계자로 둔갑시켜 다시 5,000만원을 산림조합에서 받았다. 이씨는 총 2억원으로 단란주점이 들어있는 4층 건물을 통째로 샀다.

창원지검 진주지청(지청장 김덕재)은 8일 사기 및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이씨 등 10명을 구속 기소하고 여씨 등 3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중에는 우체국장, 군청 공무원, 건설회사 대표 등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이들이 산림조합에서 불법으로 대출 받은 돈은 38억원에 달한다.

사건을 맡은 이희동 검사는 “이번 사건은 임업 육성 정책을 악용해 공적자금 수십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우리나라 임업 장려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 검사는 “대출자금 회수가 불가능할 때에는 정부가 대신 갚아주기 때문에 시ㆍ군청과 산림조합이 실질적인 심사나 사후 확인 절차 없이 임업후계자를 지정, 대출해 주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임야구입자금 비리를 고질적인 병폐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진주=정창효 기자 chjung@hk.co.kr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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