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저명한 국제정치학자가 20세기 후반 일본이 평화의 역사를 지켰다는 점을 인식할 것 등을 골자로 하는 중일 관계 개선을 위한 중국의 10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이 제안은 중일 양국이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와 동중국해 분쟁으로 인한 첨예한 갈등을 진정시키고 화해를 모색하려는 상황에서 나와 더욱 주목된다.
타오원자오(陶文 金+刀) 중국 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미 퍼시픽포럼의 팩넷 뉴스레터에 실은 기고문에서 중일 화해는 중국의 외교적 국익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사태로 서방이 경제 제재를 가했을 때 일본은 가장 먼저 대중 제재를 해제한 뒤 서방에 해제를 촉구했었다”며 “중일 관계는 윈-윈의 관계이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이 할 일로 20세기 일본의 역사가 침략으로만 점철되지 않았다는 균형된 역사 인식, 북한 핵 6자회담에서의 중일 협력, 양국 민간교류 확대, 군사교류 개시 등을 꼽았다.
특히 타오 연구원이 20세기 일본사에 대한 균형된 인식을 촉구한 것은 야스쿠니 문제에 집착하고 있는 중국의 자세 변화를 시사할 수 있어 관심을 끈다. 그러나 그는 동중국해에 대한 중일 분쟁을 대화로 풀어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하지만 중국의 이니셔티브를 포기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9일까지 열리는 중일 외무차관급 전략대화에서 일본은 중일 외무장관 회담의 재개를 제의, 중국측이 화답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7일 베이징에서 열린 첫날 회의에서 “양국간에는 보다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면서 23~24일 카타르에서 열릴 아시아협력대화에서 중일 외무장관 회담을 제의했다.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확답은 하지 않았으나, 외신들은 중국이 긍정적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가 대만을 ‘나라’로 지칭하고 야스쿠니 참배를 적극 옹호하는 아소 타로(痲生太郞) 일본 외무성 장관과 회담한다면 중일 관계의 안정적 관리라는 차원에서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를 대하겠다는 의사로 읽을 수 있다. 외교소식통들은 “민간 교류 등은 넓혀 나겠지만 야스쿠니 참배가 중지되지 않으면 정상회담은 어렵다는 중국측 생각은 명확하다”며 “최근 분위기는 중일 관계의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측면보다는 중국이 대일 관계의 안정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기인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타오원자오가 제시한 중일 관계를 위해 중국이 해야 할 과제>타오원자오가>
1. 20세기 전반의 일본 침략사와 20세기 후반 일본의 평화노선을 균형 있게 평가해야 한다.
2. 중일 수교가 중미 수교를 이끌었듯 중일 관계 개선은 중국의 외교에도 도움이 된다고 인식해야 한다.
3. 천안문 사태 이후 일본이 대중 경제제재를 가장 먼저 해제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4. ODA 등 일본의 대중 경제지원이 중국의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5. 일본 국민과의 정서적 유대를 강화하고 양국 국민간 교류를 확대 강화해야 한다.
6. 일본과 경제ㆍ무역 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7. 북한 핵 6자회담에서 일본과의 협력을 지속해야 한다.
8. 환경문제에서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9. 동중국해 문제를 통제해야 한다.
10. 일본과 군사분야의 접촉을 개시하고 양국 군 교류를 진행해야 한다.
베이징=이영섭특파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