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인 5일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 에어쇼 도중 산화한 고 김도현(33ㆍ공사 44기) 소령의 영결식이 8일 오전 10시 강원 횡성군 공군 제8전투비행단 강당에서 유족과 500여명의 동료 조종사, 부대 장병이 참석한 가운데 부대장으로 엄수됐다.
전투복 차림에 빨간 마후라를 두른 김 소령의 영정 옆에는 큰 아들 건우(4) 군이 어린이집에서 그린 ‘부모님 얼굴’과 “아빠 감사합니다”라고 쓴 카네이션이 놓여 있어 참석자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고인의 블랙이글팀 6번째 자리를 표시하는 개인마크도 놓여있었다.
비행단장 강충순 준장은 조사에서 “빨간 마후라의 정열을 가슴에 품고 조국의 창공에서 산화한 살신보국의 숭고한 정신은 우리 기억 속에 영원히 함께 살아 숨 쉴 것” 이라며 “고인의 정신을 이어받아 공군이 조국영공의 수호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동기생 대표인 고준기(33) 대위는 추모사에서 “청운의 꿈을 안고 빨간 마후라가 되겠다며 동기생 누구보다도 열심이었던 당신이 그렇게 날고싶어 하던 하늘에서 애기(愛機)와 함께 산화했다” 며 “오늘 너를 보내지만 우리 마음 속에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 이라며 오열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이어 김 소령의 부인 배태안(30)씨가 두 아들 건우와 태현(3)이를 데리고 헌화와 분향을 하자 영결식장은 울음바다가 됐다.
영결식이 끝난 후 김 소령의 유해가 동료의 품에 안겨 대전 현충원으로 출발하기 위해 승용차로 옮겨지자 건우와 태우는 엄마 옆에서 또 다시 “필승”하며 어버이날 마지막으로 떠나는 아버지에게 인사했다.
김 소령의 유해가 영결식장을 떠나자 정든 부대 하늘에는 2대의 전투기가 창공을 가로 질렀다. 김 소령의 유해는 이날 오후 3시 국립 대전 현충원 장교묘역에 안장됐다.
정부는 김 소령의 애국헌신과 살신성인의 정신을 기려 7일 보국훈장 삼일장을 추서했다. 김 소령은 1996년 임관해 F-5E 전투기를 조종했으며 2005년 2월부터 블랙이글팀에 합류, 그 동안 55차례 에어쇼에 참가했다.
한편 김 소령은 사고 당시 최후까지 정상 비행을 위해 조종간을 잡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군 관계자는 “공군 사고조사위에서 김 소령의 시신상태를 확인한 결과, 고인의 왼손은 엔진추력조절레버(스로틀)를, 오른손은 조종간 스틱을 잡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A-37기의 안전한 비상탈출 고도는 2,000피트(600㎙)이지만 지상 500피트에서도 육군작전 지원임무를 수행하는 만큼 사고가 난 1,000피트 상공에서도 비상탈출은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사고원인 규명의 핵심 열쇠로 기대됐던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는 화재로 심하게 훼손돼 판독이 어려운 것으로 밝혀졌다.
원주=곽영승 기자 yskwak@hk.co.kr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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