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바티칸의 수교 줄다리기가 다시 시작됐다.
중국 천주교 애국회가 7일 로마 교황청의 승인을 얻어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교구 부주교로 페이쥔민(裵軍民ㆍ37) 신부를 임명했다고 AP통신이 베이징(北京)발로 보도했다. 바티칸은 아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초부터 무성하던 바티칸과 중국의 수교설은 최근 바티칸의 승인 없는 중국의 일방적 주교 임명으로 일단 사그러들었다. 그러나 중국이 교황청의 승인을 받은 부주교를 임명함에 따라 상황은 다시 반전되고 있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중국의 전형적인 외교 교섭 행태이다.
올 3월 바티칸은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복교할 가능성을 내비쳤고, 지난달 조지프 쩐 홍콩추기경은 바티칸이 대만과 단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은 돌연 지난달 30일과 이 달 3일 윈난(雲南)성 쿤밍(昆明)교구의 주교에 마잉린(馬英林) 신부를, 안후이(安徽)성 우후(蕪湖)시 주교에 류신훙(劉信弘) 신부를 바티칸 인준 없이 임명했다. 바티칸과 상의하던 관행을 깨뜨린 것이다.
이는 수교 협상을 중국 페이스로 이끌기 위한 전술로 해석된다. 중국은 바티칸과의 수교 전제로 ▦바티칸과 대만 단교 ▦바티칸의 중국 내정 불간섭을 내걸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 즉위 이후 대만 단교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황이어서 내정 불간섭 문제만을 남겨두고 있다. 중국은 타 종교들과 달리 중앙집권적 조직을 갖춘 바티칸과의 수교에서 내정 불간섭 원칙을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이다.
동구 사회주의 붕괴에 지대한 역할을 했던 바티칸이 이 원칙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떤 파장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중국은 개신교의 예배 장소와 시간은 거의 통제하지 않지만, 가톨릭은 지정한 성당과 시간을 엄격히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바티칸의 승인 없는 주교 임명은 중국 가톨릭에 정부의 지분이 존재하며 바티칸과의 수교 이후에도 지분의 유효성을 보장 받겠다는 사전 포석인 것이다. 중국 종교국이 6일 1958년부터 ‘자선자성(自選自聖)’의 원칙 하에 주교를 임명해온 사실을 언급하면서 바티칸의 비판이 부당하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은 지난달 최초의 종교회의인 항저우(杭州) 세계불교논단을 개최하는 한편 국가차원의 불교대학 설립을 추진하고, 유교와 도교 진흥책을 펴 바티칸을 간접 압박하고 있다. 특히 불교 사상은 중국의 국가 시책인 조화로운 사회 건설에 적합하다고 강조되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종교통제 이미지를 개선하면서 바티칸 수교에도 대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는 1,300만의 가톨릭 신자가 있으며, 이중 500만명은 정부의 지지를 받는 천주교 애국회에 속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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