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협력업체인 삼정PNA는 최근 코일을 포장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 20% 수준이던 제품 불량율을 5%대로 낮춰 올해 20억원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주석 강판을 잘라 포장하는 또 다른 협력업체인 만서기업도 제품 포장 때 불필요한 코팅용지 사용을 없애자는 아이디어를 제출, 연 1억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올해 포스코로부터 각각 20억원과 1억원의 현금보상을 받는다. 포스코가 2004년부터 협력업체를 상대로 시행중인 ‘성과공유제(Benefit Sharing)’ 덕분이다. 이 제도는 협력 업체들이 신기술을 개발, 원가절감과 품질향상을 꾀했다고 판단되면 그 기여분 만큼 3년간 현금지원을 해준다. 첫 해는 절감액 전부를 돌려주고, 2, 3년 차에는 각각 절반씩을 준다. 그 동안 기술개발 노고를 보상해주는 한편, 앞으로 더 좋은 아이디어로 생산성을 높이도록 격려하기 위함이다. 포스코의 경우 지난해 36개 협력업체와 이 같은 과제를 선정, 93억원의 현금 보상을 해줬다. 올해는 42개 협력사와 44개 추진과제를 통해 75억원의 보상을 계획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해 해당 중소기업들은 이런 개선 과제들을 통해 매출액이 모두 2,200억이나 증가한 것으로 평가됐다”며 “대-중소기업의 대표적 상생 사례로 여겨져 다른 기업들도 다투어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의 손꼽히는 우량 기업인 포스코는 상생 경영에서도 가장 앞서 있다. 이구택 회장은 2003년 취임하면서부터 협력업체를 ‘동반성장의 파트너’로 규정, 일찌감치 상생경영을 선도해 왔다. 협력 업체의 수준을 끌어 올리지 않으면 포스코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협력업체의 다단계 하청구조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있다. 협력업체에 비해 하청업체들의 작업 편차가 심하고, 불량률이 높을 뿐더러 노사협력의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포스코는 지난해 27개 하청업체를 9개로 통폐합, 협력업체로 승격시켜주는 등 기존 하청업체 43곳 가운데 내화벽돌 부문(10곳)을 빼고 모두 없앴다.
포스코는 이와 함께 2007년까지 협력업체의 임금수준을 자사의 50%(2003년 기준)에서 70%로 끌어올리는 작업을 추진중이다. 소요 재원 2,700억원 가운데 절반은 지원하고, 나머지는 협력업체가 생산성 향상을 통해 흡수토록 하고 있다. 이밖에 포스코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의 일체감 조성을 위해 통근버스 및 목욕탕 함께 이용하기, 주 5일 근무제 동시 실시 등을 통해 소속에 상관없이 일터에서의 화합에 힘쓰고 있다.
이런 과감한 조치 덕분에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시간만 대충 때우려던 협력업체 직원들도 “큰 집이 잘돼야 우리도 좋아진다”며 잔업과 시간외 근무를 마다하지 않는 풍토가 조성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상생 경영은 투자비용이 적지 않게 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원가절감에 크게 기여하고 생산성 및 경쟁력 향상을 꾀할 수 있는 등 그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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