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전이 인파이터와 아웃복서의 대결처럼 진행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연일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검증 공세를 강화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의도적으로 이를 무시하는 전략으로 가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우상호 대변인이 5일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13가지 문제점을 검증한다’고 포문을 연 이후 연일 오 후보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7일에는 강금실 후보의 오영식 대변인이 “오 후보가 TV토론에서 서민을 심정적 문제라고 말한 것은 한나라당 후보의 실체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오 후보는 사과하라”고 날을 세웠다.
우리당이 얼마 전만해도 “네거티브 선거운동은 하지 않겠다”고 공언해놓고서 이렇게 방향을 전환한데는 당장 지지층부터 결속시켜야 할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우리당 지지층 가운데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와 진대제 경기지사 후보에 대한 ‘충성도’는 60~70%에 불과하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한나라당 후보 선호도가 90%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아주 큰 차이다. 수도권에서 15~20% 가량 뒤지고 있는 우리당으로서는 ‘집토끼’의 결속이 당장의 과제인 상황이다.
공세적 선거운동에 대한 자체평가는 긍정적이다. 서울의 한 초선의원은 “유권자에게 강 후보와 오 후보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당직자들도 “당원들로부터 ‘잘했다’는 격려전화가 꽤 왔다”고 전했다.
이는 위기감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특히 후보 등록일(16~17일) 이전에 서울ㆍ경기 등 승부처의 격차를 한자리수 이하로 줄여놓지 못하면 역전이 어려워진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지지율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판을 흔드는 것 말고는 다른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여당의 공격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7일 열린 서울시장 선거대책위 회의에서도 “정책선거, 클린선거를 하자”는 원칙만을 거듭 확인했다.
윤여준 공동선대위원장은 “네거티브는 초조해진 여당의 자충수”라며 “무대응이 상책”이라고 잘라 말했다. “여유있게 앞서가는 상황에서 맞장구는 오히려 여당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라고도 했다.
여당의 주장 중 새롭고 충격적인 것이 없다는 점도 한나라당이 무시 전략을 펴는 한 이유다. 우리당이 제기한 오 후보의 13가지 문제점만해도 이미 당내 경선과정에서 한번쯤 언급되고 걸러진 내용들이다.
한나라당 이정현 부대변인은 “군복무를 왜 보안사에서 했냐고 시비거는 것은 왜 노씨나 강씨 집안에서 태어나지 않고 오씨로 태어났냐고 시비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꼬았다.
한나라당에선 “별 효력이 없을 텐데 왜 저렇게 무리수를 두느냐”는 반문이 나올 정도다. 박형준 의원은 “반전의 계기가 전혀 보이지 않자 강금실 캠프가 원칙 없이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 같다”고 촌평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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