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주 동안 외국인은 2조원 이상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 매도 이유는 첫째, 세계경제 호조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과 인플레이션 압력 증대로 중국을 비롯해 글로벌 긴축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 둘째 환율 하락(원화절상)에 따른 차익실현, 셋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개도국 비중 축소, 마지막으로 외국인에 대한 주식양도차익 과세에 대한 우려 등이다.
필자는 이 중에서 글로벌 긴축 우려가 가장 설득력 있다고 판단한다. 이미 중국이 경기과열을 우려하여 전격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했고,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증대로 유럽연합(EU) 미국 일본까지 금리 인상이 도미노처럼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주 후반 유럽 및 미국증시가 금리인상 우려로 하락했고, 외국인은 한국증시에서 현물과 선물을 대거 매도했다. 글로벌 금융긴축 우려에 대해 외국인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외국인 매도에도 불구하고 한국증시가 견실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적어도 외국인 매도가 완화될 때까지는 주가 상승도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단기적으로 주가 상승을 위한 모멘텀 또한 미흡하다. 여전히 달러 약세에 따른 환율하락이 진행 중이고, 수출기업의 이익 모멘텀에 대한 기대도 이르다. 그나마 통신ㆍ전력 등 내수 관련 우량주가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지만, 지나친 양극화는 하락 위험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으로 볼 수 없다. 그리고 주가 상승의 가장 강력한 모멘텀이 되고 있는 세계증시 상승도 일부 국가에서 조정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유럽과 일본증시는 20일 이동평균선을 하회하는 조정을 보이고 있다.
수급여건은 그나마 긍정적이다.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유입이 정체된 상황에서 최근 삼성전자, KT, 포스코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일 평균 700억원 이상 자금을 보충해주고 있다. 그렇지만 자사주 매입은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정도의 수급에 그친다.
물론 세계경제 펀더멘털이 매우 견실하여 아직은 주가 상승 기조의 시각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단기적으로 유가 상승, 환율 하락, 세계 금리 인상 등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방어적인 수급만으로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주가 상승의 최대 악재인 외국인 매도가 완화되는 시점까지 관망이 필요하다.
SK증권 투자전략팀장 김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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