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에 대한 ‘레프코위츠’발 도전이 거세다. 미 국무부의 제이 레프코위츠 북한인권특사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 하원 청문회에서 “한국은 지금까지 개성에 수억 달러를 들였다(contributed)”고 증언했다. 그가 사전에 배포한 원고에는 이 대목이 ‘쏟아 부었다(pumped)’라는 표현으로 돼 있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대북 퍼주기’라는 비판이다. 신문 기고 등을 통해 이미 갈 데까지 간 레프코위츠가 의회 증언에서 왜 이런 ‘배려’를 했는지 알 수 없으나 그의 본심이 후자에 있음은 물론이다.
● 미국내 '대북 퍼주기' 시각 논재
미 행정부의 다른 대북 정책 당국자들이 그의 생각에 모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2일 워싱턴에서 열린 ‘서울-워싱턴 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인권문제가 정말 심각한 곳에 좀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꼬집었다.
북한 내 어떤 다른 곳 보다도 훨씬 조건이 좋은 개성공단 근로자들에 대해 노동착취 등 인권문제를 집중 부각시키는 것은 아무래도 일의 순서가 틀렸다는 지적으로 여겨진다. ‘망치를 든 사람은 무엇이든 두드릴 것을 찾는다’는 말로 레프코위츠의 막무가내식 의욕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내부 견제에도 불구,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개성공단을 마땅치 않게 바라보는 시각이 미국 내에서 소수는 분명 아니다. 오히려 한국이 지나치게 앞서가고 있다는 의구심이 주된 흐름을 이루고 있고 그만큼 워싱턴의 체감온도는 싸늘하다. 레프코위츠의 언행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 것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가장 든든한 후견인이기때문이라는 주장에도 설득력이 있다.
이러한 비우호적 환경 속에서 개성공단은 또 한번의 호된 신고식을 치러야 한다. 한미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정에서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 받아야 하는 과제가 그것이다. 여기에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에 있는 개성공단이 한미 FTA를 통해 국제무대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을지를 가늠해 본다는 의미도 있다.
그러나 꼭 미국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개성공단의 국제화는 갈 길이 한참 멀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미 FTA 협상에 관여하고 있는 우리측 관계자들은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을 위해서는 ‘패키지 딜(일괄타결)’이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있다.
● FTA협상서 '한국산' 인정도 과제
다른 무엇에서 양보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 통일부 당국자는 레프코위츠가 내정간섭을 한다고 비판했지만 개성공단은 남북관계의 특수성 속에서 보호될 수 있기를 기대하기가 갈수록 쉽지 않게 돼 있다. 개성공단의 국제화는 우리가 북한 정권을 움직여 풀어가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에 과연 가장 높은 정책적 우선순위가 있는지 를 따져 보는 일은 필요하다. 무리한 접근은 결국 국익에 부담이 된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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