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P씨(33)의 승용차는 엔진 이상으로 도로에서 멈추는 게 일쑤고, 소음과 매연도 매우 심하다. 10년 넘은 중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지난해 실시한 자동차 정기검사에서 합격 판정을 받았다. 어느 한 군데 고치지도 않았지만, 평소 알고 지내던 정비업소에 공식 수수료(2만원)에 웃돈을 주고 부탁했더니 무사 통과였다. P씨는 “개인적으로는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검사를 통과해 다행이기는 하지만, 겉치레식의 검사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자동차가 부유층만 타고 다니는 사치품으로 통하던 시절 만들어진 각종 규제가 여전히 건재하다. 실효성이 의심되는 자동차 정기검사에 연간 3,000억원 가까운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자동차(소형차 기준) 소유자들의 세금 부담은 외국의 3~10배에 달하고 있다.
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펴낸 ‘기업환경 개선을 위한 규제개혁 연구’에 따르면 교통안전공단이 4년 이상 승용차 등에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자동차 정기검사가 당초 의도한 사고 예방효과는 거두지 못하면서 연간 최소 2,600억원의 비용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일중 숭실대 교수는 “2004년 교통안전공단이 운영하는 51개 정비소의 검사 수수료와 국내 차량등록대수(2004년말 1,493만대), 차량의 생산연도 분포 등을 분석한 결과, 정기검사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이 최소 2,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막대한 비용에도 불구, 교통사고 예방효과를 달성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자동차 보험료 할증을 염려한 운전자의 자체 정비노력 ▦성능개선 및 업체들의 품질 보증 노력 등으로 의무 점검을 하지 않아도 정비 불량에 따른 사고 확률이 낮다고 주장했다.
건설교통부 홈페이지에도 “최근 건교부가 10년 이상 승용차의 점검주기를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는 등 규제를 완화했으나, 너무 형식적인 검사”라며 관련 규제의 철폐를 요구하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일본 독일 등과 비교할 때 터무니없이 복잡하고 무거운 자동차 관련 세금도 대표적인 규제개혁 대상으로 꼽힌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차 구입에서 운행까지 총 12가지의 세금이 매겨진다. 이는 일본(7개)의 2배, 미국(4개) 독일(4개)보다는 3배나 많은 것이다.
부동산과 비교하면 보유세 부담이 4~5배에 달하는 점도 문제다. 자동차 세율은 가격 대비 연간 2.2~2.3% 안팎인데, 이는 ‘세금 폭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근 급격히 높아진 아파트 보유세율(0.7~0.5%)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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