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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환율위기 맞서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비용 줄이고 새시장 개척" 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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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환율위기 맞서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비용 줄이고 새시장 개척" 비장

입력
2006.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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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ㆍ달러 환율이 940원선마저 무너지며 수출 전선에 비상등이 켜진 4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농서동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 품목 1위(300억달러)를 기록한 ‘마법의 돌’ 등으로 불리는 반도체의 본산이다. 총 43만평, 길 건너편 화성사업장까지 포함하면 62만평 규모인 이곳은 겉으로 보기엔 붉은 영산홍이 활짝 펴 마치 공장이 아니라 대학 캠퍼스를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반도체 생산 라인이 풀 가동중인 공장 안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최근 휴대폰, MP3 플레이어, 디지털 카메라, 내비게이션의 핵심 부품으로 사용되며 공급이 부족한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주로 생산하는 이 곳은 단 1초도 쉴 새가 없다. 생산 라인을 볼 수 있게 유리창으로 벽을 튼 복도가 설치된 3라인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창 너머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방진복을 입고 눈 주위만 살짝 드러낸 근로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최첨단 반도체를 만들 때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이 먼지를 없애는 것. 이곳의 청정도는 ‘클래스3’으로 여의도 2배 면적에 500원짜리 동전 하나의 먼지 정도만 허용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여성 근로자의 경우 화장을 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눈을 깜박이는 것조차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보안경 착용도 의무 사항”이라고 밝혔다.

공장을 둘러본 뒤 만난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도 환율 하락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황 사장은 “큰 문제인 것은 사실이나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비용을 줄이고 신규 시장을 개척해 경쟁력을 높이는 길밖에 없다”고 비장함을 드러냈다.

사실 이날 삼성전자 임직원 2만여명은 ‘사랑의 달리기’ 행사도 가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업장 인근 5㎞를 달리는 것으로 참가자 1명당 5,000원씩을 기부하면 회사도 같은 금액을 내놓아 지역 사회 결식아동과 불우이웃들을 돕는 행사”라며 “그러나 1983년 64K D램을 개발하기 앞서 64㎞ 행군을 한 것처럼 최근 환율 하락 등의 위기를 정신력 등으로 극복해 내자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 매출 13조9,600억원, 영업이익 1조6,100억원으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25% 감소하는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특히 황 사장은 환율보다 시장의 변화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것에 대해 더욱 우려했다. 그는 “지금은 낸드 플래시 메모리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한 때 반도체 시장의 주류였던 D램이 지금은 그 자리를 내 준 것처럼 플래시도 D램처럼 될 수 있다”며 “플래시는 D램보다 그 시기가 더 빨리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황 사장은 또 최근 인텔이 마이크론과 합작, 낸드 플래시 메모리 분야에 진출하는 등 세계 반도체 시장의 합종연횡이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항상 위기를 느끼고 있다”며 “그러나 이순신 장군의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ㆍ죽음을 각오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 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완전히 차별화한 제품 전략으로 새로운 시장을 계속 넓혀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기흥=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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