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미술의 가장 위대한 화가인 파블로 피카소(1881~1973).
피카소만큼 유명하고 인기있고 중요하고 신화적인 예술가가 또 있을까. 겨우 26세에 입체파의 탄생을 알리는 작품 ‘아비뇽의 처녀’(1907)로 르네상스 이후 서양미술사 500년의 전통을 일거에 무너뜨린 이 혁명가는 평생 끊임없이 자기 혁신을 거듭하며 20세기 미술사를 이끌었다.
20세기는 피카소의 세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는 끊임없이 그를 기억한다. 매년 세계의 주요 미술관에서 열리는 굵직굵직한 피카소 전이 10개가 넘는다.
2004년 뉴욕의 소더비 경매에 나온 그의 작품 ‘파이프를 든 소년’(1905)이 세계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인 1억416만 달러에 팔리는 등 작품 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20일 개막하는 ‘위대한 세기-피카소’ 전은 사실상 국내 최초의 대규모 회고전이다. 92년의 긴 생애 동안 그가 남긴 무려 5만 점이 넘는 작품 가운데 초기부터 말년까지 전 생애의 시기별 대작과 걸작 등 140여 점이 선보인다.
유화가 50여 점, 과슈와 파스텔, 데생 등 종이작품 30여 점, 판화 60여 점에 대형 태피스트리 2점과 도자기 작품이 포함돼 있다. 이는 국내 전시 사상 단일 작가로는 최대 규모다.
그동안 국내 피카소 전은 비교적 구하기 쉬운 판화가 대부분이었고, 가장 큰 전시였던 1985년 호암갤러리의 피카소 전도 유화는 전체 70여 점 중 30여 점에 불과했다.
100억원이 넘는 작품이 30여 점이나 되는 등 작품가 총액만 6,000억원에 이르는 이번 전시 작품들은 대부분 국내에 첫 선을 보이는 것들이다.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 독일의 주요 미술관 등 전 세계 23군데 소장처에서 빌려왔다.
최고가인 500억원 짜리 대작 ‘솔레르씨 가족’(1903)은 벨기에 리에주 미술관이 지난 70년 간 단 두 차례만 바깥에 내보낸 귀한 작품이고, 피카소의 개인 화상이었던 컨바일러 화랑의 ‘앉아있는 여인’(1962)도 유럽에서 딱 한 번 전시됐던 걸작이다.
그동안 어디서건 전혀 전시된 적이 없는 ‘프랑수아즈의 머리’(1948), ‘기사와 시동과 수도승’(1951), ‘회색의 꽃 여인’(1946)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피카소의 전 생애에 걸친 작품을 시기별, 주제별로 구성해서 보여준다. 청색이 주조를 이루는 청색시대로 시작해서 장미시대, 입체주의, 고전주의, 초현실주의 시대를 거쳐 ‘게르니카’(1937)와 전쟁 시기, 전후 왕성한 창작에 이르기까지 양식적 발전 과정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피카소의 사람들’이다.
그의 작품은 90%가 인물 그림이다. 그가 사랑한 여인들과 가족, 주변 인물, 역사와 문학 속 인물, 다양한 자화상 등을 만날 수 있다.
특히 피카소의 여인들을 담은 작품들은 따로 모아 전시한다. 그는 평생 동안 누구보다 정열적으로 많은 여인을 사랑했고, 새로운 여인을 만날 때마다 새로운 작품 세계로 나아갔다.
불멸의 이름으로 남은 위대한 천재 피카소. 그를 만나는 전시는 9월 3일까지 계속된다. 전시 홈페이지 www.picassokorea.com. (02)724-2900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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