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7위에 머문 개막 전 현대는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가장 강력한 ‘꼴찌 후보’로 꼽혔다. 스토브리그에서 선수 보강이 없었던 데다 마운드의 핵심이라 할 정민태 김수경 조용준 등이 부상 후유증으로 시즌 초반 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통산 4차례 우승을 차지한 현대가 창단 후 첫 개막 4연패를 당했을 때만 해도 이 같은 예상은 들어맞는 듯했다. 그러나 현대는 불과 한 달 만에 꼴찌에서 1위까지 치고 올라오는 저력을 발휘했다. 현대는 7일 대구 삼성전에서 7-2로 승리, 6연승을 질주하며 15승9패로 시즌 첫 단독 선두에 올랐다. 현대의 단독 1위는 지난 2004년 10월5일 SK전 이후 무려 1년 7개월 여 만. 선발 캘러웨이는 8이닝 4피안타 2볼넷 5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고 올 시즌 포수에서 외야수로 변신한 이택근은 솔로 홈런 포함, 5타수 4안타 2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최근 몇 년 간 심정수 박진만 박재홍 박경완 등 주축 선수들을 잃은 현대의 라인업을 살펴보면 스타 선수가 별로 없다. 송지만 이숭용 정성훈 등 몇 명을 빼곤 하나 같이 무명이다.
그러나 조용준을 대신해 마무리로 뛰고 있는 박준수는 7년차의 사이드암 투수로 2승7세이브를 올리고 있다. 대졸 신인 이현승은 빠른 볼을 앞세워 좌완 셋업맨으로 활약하고 있다. 한화에 입단, 삼성을 거쳐 현대에 둥지를 튼 12년차 김승권은 지명타자로 나서며 큰 힘을 보태고 있고 3년차 외야수 유한준은 주전 한 자리를 꿰찼다. 4년차 이택근은 베테랑 전준호를 밀어내고 좌익수를 점령했다.
올해로 계약이 만료되는 ‘승부사’ 김재박 감독의 안정된 리더십도 팀 상승세에 한 몫을 하고 있다. 김 감독은 초반 연패에 빠지자 4번 타자 서튼을 2군으로 내리는 등 승부수를 띄우며 가라 앉은 팀 분위기를 쇄신했다. 서튼을 대신해서 1군에 올라온 김승권 등 ‘준비된’ 무명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펄펄 날았다. 김 감독은 마운드 운영도 공격적으로 이끌었다.
한편 광주에서 한화는 시즌 5승을 거두며 다승 단독 1위로 올라선 에이스 문동환의 6이닝 1실점 호투를 앞세워 KIA에 2-1 역전승을 거뒀고, 인천에서 SK는 박경완의 4타수 2안타 3타점 맹타에 힘입어 롯데를 9-5로 물리쳤다. 롯데는 최근 5연패 및 원정 11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인천=한준규기자 manbok@hk.co.kr광주=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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