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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금융선진화가 절실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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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금융선진화가 절실한 이유

입력
2006.05.0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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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속적인 고유가와 급격한 환율하락으로 우리 경제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높다. 고유가로 인한 타격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치더러도, 균형수준을 벗어난 급격한 환율하락은 대미환율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출 경쟁국인 일본의 엔화에 대한 환율도 적정수준을 크게 벗어났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물론 원화가치의 상승이 부정적인 영향만 있는 것은 아니다.

● 아직도 외국인이 주도권 행사

단기적으로는 달러단위로 표시되는 고유가를 완충하는 역할도 하고 수입물가의 하락으로 소비를 촉진한다. 더욱이 우리 경제가 장기적으로 통화가치의 상승을 충분히 흡수하면서 지속 발전한다면, 이는 과거 일본이 그랬듯이 생산성 향상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우리 경제를 보다 빨리 선진경제로 편입시키는 순기능이 있다.

그러나, 최근의 급격한 환율하락을 우리 기업들의 생산성이 흡수하지 못해서 수출경쟁력이 단기적으로 급격히 악화하여 수출 주도형 우리 경제가 성장악화→고용감소→소득감소→소비감소로 이어진다면, 그 부작용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적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급격한 환율하락이 실물경제 때문이 아니라 자본시장에서의 투기 세력들의 보이지 않는 작전이 주요인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이미 올해 1ㆍ4분기 기업들의 실적은 수출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큰 폭의 하락을 나타냈고, 연중으로 볼 때에도 작년보다 더 나아질 전망이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한 달간의 주식시장을 보면 지수 1,300대에서 1,450대까지 급격히 상승하는 바, 이는 외국인들의 갑작스런 대규모 순매수로 인한 것이었는데,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환차익을 노린 투기성 자금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소규모 수출 주도형 개방경제인 한국경제는 항상 자본시장에서의 투기세력에 대한 공격에 구조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실물시장에서 기업들은 항상 경영 투명성을 전제로 기업가치 극대화를 모색해야 하지만, 론스타 사태에서 보듯이 금융시장에서 우리 기관투자자들의 ‘시장 지킴이’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물론 관치금융의 폐해로 인해 관치에 전적으로 길들어 있던 우리 기관들은 전문가들을 배출하지 못한 나머지, 자본시장 개방 이래 오늘날까지 금융시장의 전문성 관련 주도권을 완전히 외국인들에게 빼앗긴 채,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사면 한발 늦게 따라 사고 외국인이 팔면 따라 파는 ‘나도’ 전략에서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초기에는 실력부족으로 그렇다 치더라도 개방한 지 거의 20년이 되었고, 그사이에 대규모 환란으로 시스템의 대수술까지 겪었지만 아직도 우리 자본시장에서의 주도권은 외국인들이 쥐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성향 여하에 따라서 실물경제와 엇갈리는 비정상적인 금융 지표들이 나타나도 그런가 보다 하고 손 놓고 있기 십상이다.

더 한심한 것은 정치권이나 정부에서는 실물경제와 괴리된 금융현상이 발생할 때 이를 오히려 업적으로 주장하는 착시 강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어 우려된다.

물론 건전한 시장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는 자본의 국적을 따질 필요도 없고 따져서도 안 된다. 그러나 어느 나라이건 간에 시장의 장단점을 구석구석 분석하는 전문가들의 자국적(自國籍) 이점인 홈 바이어스(home bias)는 있는 법인데도, 우리 자본시장에서는 거꾸로 외국 국적이 이점이 되는 포린 바이어스(foreign bias)가 엄존하는 심각한 실정이다.

● 자본시장의 관치·정치 벗어나야

이는 첫째, 우리 성장의 역사적인 유물로 존재했던 관치가 아직도 자본시장에서 잔존하고 있기 때문이고, 둘째는 우리 시장의 큰 손인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 등의 기관투자자들의 지배구조에 심각한 문제점이 존재하여 시장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인 바, 이 문제 또한 관치금융 내지 정치금융(政治金融)과 연관되어 있다. 결국 금융개혁과 선진화를 통한 금융주도권 확립은 우리 경제 도약에 필수 조건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권영준 경희대 국제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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