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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최상의 어린이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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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최상의 어린이 선물

입력
2006.05.0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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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이 썩지 않고 맑음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새 샘물이 솟아 오르기 때문이다. 먼저 솟은 샘물은 새로 솟은 샘물에 자리를 내주고 흘러가지만 바로 이 끊임없는 ‘물려주고 물러남’이 샘을 존재케 한다. 우리 사회도 다를 바 없다.

이런 저런 이유로 아이 낳기를 기피하면서 나타나는 저출산ㆍ고령화 사회는 샘물이 솟지 않는 샘과 같다. 아이 울음 소리 들리지 않는 마을이 활력이 없을 것은 당연하다. 어쩌다 외국인 새댁이라도 들어와 아이가 태어나고 울음 소리가 들리면 노인들도 살맛이 나고 동네에 생기에 돈다고 한다.

■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은 원래 귀하지만 요즘엔 특히 귀한 대접을 받는다. 많이 낳지도 않는 탓에 부모들은 허리가 휘어져도 아이에게만은 좋은 것 먹이고, 좋은 옷 입히고, 최고로 가르치려 한다.

평소도 그렇지만 어린이날이 낀 5월은 아이들 세상이다. 부모들은 아이들 손에 이끌려 선물가게와 어린이놀이터, 고급식당을 순례하는 고역을 참아낸다. 백화점에선 수십만원짜리 의류에서부터 100만원이 넘는 고가 완구 등이 팔려나간다. 아예 아이가 인터넷 쇼핑몰을 뒤져 선물을 선택하고는 부모에게 지불을 요구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단다.

■ 이렇듯 아낌없는 자식사랑이 부모사랑으로 되돌아오는 것만은 아니라는 게 안타깝다. 지난해 노인학대예방센터에 접수된 2,038건의 학대 사례를 분석해 보니 노인을 학대한 사람은 다름 아닌 아들이 50.8%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며느리 19.7%, 딸 11.55%, 배우자 6.6% 순이었다. 노인으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물질적 혜택을 입은 사람들이 바로 노인 학대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충격이다. 아낌없는 사랑과 희생의 대가가 정서적 신체적 금전적 학대로 돌아오다니 기막힌 현실이다.

■ 명심보감에 이런 글이 있다. ‘어린 자식들은 아무리 말이 많아도 그대가 듣기에 싫지 않고, 부모가 어쩌다 한 번 입을 열면 참견이 많다 한다. 참견이 아니라 걱정이 되어 그러느니, 흰 머리가 되도록 긴 세월에 아는 게 많으니라.

그대에게 권하노니, 늙은이의 말씀을 공경하여 받들고 젖내 나는 입으로 옳고 그름을 다투지 마라.’ 자식을 향한 내리사랑이 무조건적이라면 부모에 대한 치사랑은 깨달음에서 우러난다. 그 바탕이 효(孝)다. 어린이날에 이은 어버이날을 맞으며 어린이들에게 꼭 필요한 선물은 효에 대한 깨달음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방민준 논설위원실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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