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위가 마침내 7전8기 끝에 두터운 ‘성(性)벽’을 훌쩍 뛰어넘었다. 힘과 스피드에서 크게 뒤지는 여자가 스포츠 세계에서 남자와 겨룬다는 것은 누가 봐도 무모한 일이었다. 하지만 미셸 위는 “다른 사람들이 해보지 않은 일이니까 더욱 흥분되고,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 더 좋다”며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첫 출발은 14세 때인 2003년 캐나다프로골프투어 베이밀스오픈. 하지만 2라운드 합계 9오버파 159타로 컷오프됐고, PGA 2부투어인 네이션와이드투어 보이시오픈에 다시 도전했으나 12오버파 154타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2004년 1월 PGA투어 소니오픈에서는 남자 골퍼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친 끝에 이븐파를 기록했다. 1타차의 아쉬운 탈락이었지만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2005년 1월 두 번째 출전한 소니오픈에서는 7타차로 고배들 들었지만 6월 존디어클래식에서 처음으로 언더파를 쳤다.
하지만 1언더파 141타로 2타차 탈락. 프로 전향 후인 지난해 11월 일본프로골프투어 카시오월드오픈에서도 2라운드 합계 148타로 1타차 컷오프됐고, 지난 1월 소니오픈에서 7오버파 147타로 4타차 탈락했다.
컷 통과 직전까지 가고도 심리적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막판에 실수를 저지르곤 했던 미셸 위는 결국 고국 무대에서 처음으로 남자 프로 대회 컷 통과의 감격을 누리게 됐다.
이번 대회가 PGA투어와는 분명히 수준 차가 있기에 지나친 의미 부여는 금물이다. 이미 박세리가 2003년 SBS최강전에서 컷 통과 후 10위에 오르는 기록을 남긴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얻은 자신감이 앞으로의 도전에 밑거름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PGA 투어 사상 컷을 통과한 여자선수는 1945년 LA 오픈의 베이브 자하리아스(미국) 뿐이다. ‘골프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2003년 콜로니얼 오픈에서 눈물을 흘린 것을 비롯, 수지 웨일리(미국), 로라 데이비스(영국) 등도 줄줄이 실패했다.
미셸 위의 목표는 마스터스에서 세계 정상의 남자 골퍼들과 겨루는 것. 미셸 위의 나이는 불과 17세. 물론 PGA의 벽이 높긴 하지만 이제 미셸 위는 첫 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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