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논산에서 기초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한 A씨는 요즈음 행사장 ‘빈대’신세가 됐다. 선거 운동을 위해 결혼식장과 친목모임 등 하루 평균 10여 곳을 찾아 다니며 밥과 술, 음료수를 공짜로 얻어 먹고 있다.
지난달 30일 천안에서 아들 결혼식을 치른 B씨(천안시 쌍용동)는 음식 비용이 예상보다 50만원이나 더 나왔다. 초청하지 않은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 8명과 그 일행이 찾아와 공짜 식사를 하고 갔기 때문이다. B씨는 “잘 아는 하객들은 아니지만 박절하게 대할 수가 없어 대접했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고 허탈해했다.
광주에서 최근 동호인 5명과 등산 후 뒷풀이 저녁을 먹던 김모(56)씨도 황당한 경험을 했다. 지방선거 예비후보와 선거운동원 등 5명이 자리에 불쑥 합석하더니 명함을 돌리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들은 술과 안주까지 먹은 뒤 “계산을 못해 미안하다”며 자리를 떴다.
5ㆍ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 후보자들이 불청객이 됐다. 예전 같으면 유권자가 후보자를 불러내 밥값을 내게 하고 찬조금을 받던 일이 비일비재했으나 요즘은 180도 달라졌다. 선관위가 후보자에게 향응을 받을 경우 50배의 과태료를 부과하기 때문이다.
출마 후보자들은 겸연쩍고 미안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유권자를 만나는 것이 선거 운동의 처음이자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기초단체장에 출마한 한 후보는 “’공짜 음식만 먹고 자리를 뜬다’,’표를 구걸하러 왔냐’는 비아냥을 들은 게 한 두번이 아니다”고 털어놓았다.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들은 환경미화원들이나 상가 업주들에게도 미운 오리 새끼가 됐다. 자신들이 돌린 명함이 거리 곳곳에 버려져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운동회가 열린 광주 북구 모 초등학교 교정에는 꽃가루보다 운동회 시작 전부터 나와 있던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들의 명함이 더 많이 뒹굴고 있었다. 부산 지역 최대 번화가 가운데 하나인 부산대 통학로 주변도 요즘에는 거리가 온통 명함 천지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얼굴 알리기 등 홍보에 여념이 없는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들의 명함이 이 일대 도로 위를 점령해 버린 탓이다.
부산 금정구 구의원 선거에 나선 후보자는 “내 얼굴이 새겨진 명함이 짓밟혀 있는 것을 보면 서글프다”면서도 “업주들과 환경미화원들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부산=김종한기자 tellme@hk.co.kr이준호기자 김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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