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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르네상스/ 젊은 작가 사사·박미나의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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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르네상스/ 젊은 작가 사사·박미나의 수다

입력
2006.05.0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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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젊은 작가들은 ‘한국미술의 세계화’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최근 주목받는 작가로 떠오르고 있는 사사(예명ㆍ34)와 박미나(33)에게 들어봤다. 두 사람은 미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따로 또 같이’ 작업해왔다.

사사는 사진, 비디오, 설치를 넘나들고, 박미나는 색채와 기호를 집요하게 분석하고 조립하는 그림을 그린다. 둘의 2003년 공동작업 ‘어느 정도면 충분하겠습니까?’(호암갤러리)와 ‘하하하’(쌈지스페이스)의 설치 작품은 화제를 모았다.

박미나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데, 정말 그럴까요? 지금까지 세계화는 주로 그쪽에 초점을 맞춰왔고, 그렇게 접근한 작가들이 많아요. 하지만 자꾸 전통, 전통 하면 소수민족이라는 정치적 굴레에 매이게 돼요. 동시대 예술의 큰 흐름에 들어가지 못하면, 결국 특별 배려의 장애인 취급 받는 거죠. 한옥과 한복보다는 기성복과 아파트, 맥도날드 햄버거, 그런 것들이 2006년의 한국적인 거 아닌가요?”

사사 “서양인들은 ‘너희들 전통적인 거 하라’고 강조하죠. ‘동양적’ ‘한국적’ 다 좋은 말이지만 지금 저는 싫어요.”

박미나 “세계적 작가는 누가 밀어준다고 되는 게 아니라, 국내외에서 집중적인 비평 작업이 핑퐁처럼 꾸준히 오가며 검증과 평가가 쌓이고 상승작용을 해서 이뤄지는 거죠. 그런데 국내 현실은 비평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으니 안타깝죠. A급 작가는 다른 나라에 비해 꽤 많은데….”

사사 “작가들이 세계에 진출할 수 있게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한데, 참 아쉬워요. 미술관에서 과감하게 A급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화랑이 받아서 팔고 알리고 해야 꾸준히 작업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국립현대미술관이 과천에 있는 건 말도 안돼요. 외국에서 컬렉션을 해가야 하는데, 멀어서 보러 갈 수가 없잖아요. 서울로 옮겨와야 해요. 한국 작가와 작품을 알리는 홍보도 중요한데, 영어로 된 기본자료조차 거의 없어요. 최근 국내 한 출판사에서 ‘한국의 젊은 미술가들: 45명과의 인터뷰’라는 책이 나왔는데, 영문판도 만든다네요. 이런 책을 외국의 주요 미술관 같은 데 보내야죠.”

박미나 “문화와 예술의 세계화는 한 나라의 생각과 양식, 정신적 힘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외국 정서나 세계 수준에 맞추는 게 아니라 우리는 지금 이런 생각, 이런 실험을 하고 있다고, 우리의 맥락에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해요. 세계화는 변방 의식이나 열등감에 대한 보상이 아니에요. 전후 미국 미술의 부상은 유럽에 대한 문화적 열등감을 극복하고 정신적 독립을 위해 미국 작가가 유럽과 어떻게 다른지 보여준 결과에요. 그건 안 보이는 문화 전쟁이고, 미국은 싸워서 이긴 거죠.”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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