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무장한 부동산 정책의 ‘약발’이 좀 먹히는 듯하자 이에 고무된 정부 관계자들의 거친 말이 잇따르고 있다. 본인들이 애써 부인하던 ‘세금 폭탄’이라는 용어를 서슴없이 내뱉는가 하면 고가 주택 보유자들을 향한 적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숫제 ‘한 번 당해보면 뜨거운 맛을 알게 될 거다’는 식이다.
서울 강남권 등의 아파트값이 급등해 스트레스가 그만큼 컸다는 얘기지만, 중립적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해야 할 공직자들이 특정계층을 적대시하고 위협하는 언사를 일삼는 것은 어처구니없다.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은 2일 “종합부동산세가 8배 이상 오른다며 ‘세금폭탄’ 운운하는데 아직 멀었다”며 “부동산 대책은 시작도 안 했는데 약발이 다 됐다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김용민 재경부 세제실장도 4일 “부동산 세부담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종부세의 실효세율이 2009년까지 1%로 높아지기 때문에 보유세 부담은 매년 급증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같은 날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우리도 부동산 거품을 걱정할 때가 됐다”며 “부동산 불패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피해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가세했다.
다 옳은 말이다. 강남권 등에서 10억원대의 집을 가진 사람들은 새로 도입된 부동산 입법에 따라 1,000만원을 훌쩍 넘는 세금을 내야 하고, 부담능력이 없으면 떠날 수밖에 없다. 지금 강남권 등의 집값은 우리의 소득수준을 일탈한 머니 게임이 만든 거품이어서 계기만 주어지만 급락할 것이라는 경고도 수차례 제기됐다.
하지만 옳은 얘기도 불량한 태도로 말하면 다른 의도로 전달된다. 책임있는 관료라면 많든 적든 국민부담을 가중시키는 새 제도가 큰 저항없이 정착될 수 있게 목소리는 낮추고 행동은 치밀하게 해야 한다.
아무리 잘 만든 정책이라도 시장에 나가면 변질되고 왜곡되는 법이다. 부동산을 잡았다고 희희낙락하는 사이 전세나 월세 가격은 마구 뛴다. 세금을 징벌로 여기는 발상은 ‘시장의 복수’를 당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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