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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르네상스/ 작가들 세계로 뻗게 할 '국제적 인프라' 미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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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르네상스/ 작가들 세계로 뻗게 할 '국제적 인프라' 미약

입력
2006.05.0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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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널리 알려진 한국인 미술작가로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올해 초 작고한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다. 그의 업적은 확고부동한 신화가 되었다. 비슷한 연배에 ‘물방울 그림 ’으로 유명한 김창열(77), 일본에서 활동하며 일본과 유럽에서 인정받은 이우환(70)이 있다.

사실 백남준은 한국이 ‘낳기만’ 했지 생전에 국내에서 충분히 조명받거나 제대로 수용되진 못했다. 열 세 살에 한국을 떠나 쭉 외국에서 공부하고 활동한 탓도 있지만, 어쨌거나 그를 별로 도운 바 없는 동족들은 뒤늦게 그의 명성을 소비하고 있는 인상이 짙다. 김창열 이우환도 거의 자력으로 성장한 편이다.

한국미술이 세계시장에 바짝 다가서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이후, 특히 지난 10년 간이다. 88올림픽을 계기로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국제 교류가 증가했다. 95년 광주비엔날레의 출발, 신진 작가들을 발굴하는 대안 공간의 증가 등은 한국미술의 근육을 키웠다.

외국 시장에서 작품이 팔리고, 비엔날레 등 국제행사에 참여하는 작가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에서 전수천(1995), 강익중(1997), 이불(1999)이 잇따라 수상함으로써 한국 미술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불은 1997년 뉴욕현대미술관과 리옹 비엔날레에 초청받았고, 지난해에는 바젤 아트페어의 특별전 ‘아트 언리미티드’에도 진출했다. ‘보따리 퍼포먼스’로 유명한 설치작가 김수자, 부드러운 실크의 설치조각으로 알려진 서도호 등도 90년대에 세계 무대에서 떠오른 40대 작가들이다.

좀 더 아래 연배 중에서 최근 주목받는 젊은 작가들을 말하자면 한참 열거해야 한다. 구정아 전광영 정연두 성낙희 유승호 김두진 권오상 이동기 박미나 정수진 조습 정수진 박윤영…. 이들은 경력은 아직 얕지만, 앞선 세대를 뛰어넘을 만큼의 독창성과 기량으로 국내와 세계 무대에서 부상 중이다.

“한국만큼 좋은 미술작가가 많은 나라가 세계에 없어요. 특히 90년대 중후반에 등장한 젊은 작가들은 어디에 내놔도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다만, 이들을 제대로 평가하고, 지원하고, 알릴 수 있는 인프라가 너무 취약한 게 문제지요.”

미술평론가 이정우(월간 ‘아트 인 컬처’ 편집장)씨의 말이다. 더 들어보자.

“설치작가 이불이 국제적으로 뜬 것은 카셀 도큐멘타, 베니스 비엔날레의 혁신적인 기획자로 유명한 하랄트 제만의 힘이 컸어요. 1995년 광주비엔날레 직전 한국에 와서 이불을 발굴해 세계에 알렸지요. 한국에는 그런 국제적인 큐레이터가 없어요. 작품을 평가하고 방향을 제시하며, 작가와 동반자로 나서야 할 평론가들은 대부분 국내에서만 통하는 우물 안 개구리인데다 신뢰할 만한 전문적인 비평 작업도 빈약합니다.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를 정리하고 보여줘야 할 국립현대미술관도 문제에요. 예산도 적지만, 나눠먹기 식 작품 구입으로 컬렉션의 성격이 없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의 한국관을 주관한 전시기획자 김선정(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씨는 “국립미술관의 관장 임기가 3년으로 끝나고, 비엔날레의 감독이 매번 바뀌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래서는 지속적인 사업이 어렵거니와 세계화의 발판이 될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제대로 구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작가를 키워서 작품을 파는 화랑의 역할에 대해서는 ‘잘 하는 편’이라는 평가가 많다. 특히 최근 1, 2년 사이 화랑들이 젊은 작가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한 것은 긍정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파격적인 지원과 함께 10명의 신진 작가와 전속계약을 한 아라리오 갤러리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외국 경매에서 작품이 몇 개 팔리고, 국제행사에 몇 번 참여했다 해서 국제적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며, 한국미술이 세계의 중심부에 진입했다고 말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세계의 주요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미술사에 남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잠깐 주목을 받다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 자신의 노력은 물론, 미술관과 화랑, 평론가와 큐레이터 등 미술계 전반의 체계적인 협력과 뒷받침은 그래서 중요하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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