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노사관계 법ㆍ제도 선진화방안(노사관계 로드맵) 논의를 위한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 여부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참여하자니 일부 강경파를 중심으로 “정부 들러리”라는 비난이 쏟아질 것 같고, 불참하자니 여론으로부터 “대책 없는 투덜이”라는 질책을 받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로드맵을 9월 정기국회에서 입법화할 방침이다.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처리한 뒤에 로드맵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당장 내년부터 시행되는 복수노조제와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등에 대한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노동부는 이번 주부터 워크숍 등 노사정대표자회의를 열어 6월말까지 로드맵의 내용을 완전히 매듭지어 국회에 넘기겠다는 계획이다.
자의든 타의든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관련 법안 입법 과정에서 소외됐다. 로드맵 논의에서마저 목소리를 반영 못하면 노사정 관계에서 민주노총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로드맵 논의를 위한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에 원칙적으로 동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16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로드맵과 관련한 입장을 최종 정리한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선뜻 노사정간 로드맵 논의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강경파 등 일부의 반발 때문이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현 집행부와 달리 강경파는 사회적 대화를 부정한다. 장기투쟁사업장 등 현장 문제도 풀지 못한 상황에서 굳이 정부가 주도하는 로드맵 논의에 참여해 들러리처럼 끌려갈 필요가 있냐는 주장이다.
노사정위원회 관계자는 “처음부터 테이블에 앉지도 않고 반대하는 것과 서로 머리를 맞대다 협상장을 뛰쳐나오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며 “민주노총에 대한 싸늘한 여론을 돌리기 위해서라도 민주노총은 반드시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환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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