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좌파 포퓰리즘의 상징인 우고 차베스(52)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무궁무진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남미 패권을 꿈꾸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은 최근 1980년대 니카라과 산디니스타 좌파 혁명을 주도한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 후보와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니카라과에 외상 판매한다는 협정에 서명했다. 엘리케 볼라노스 니카라과 대통령은 “11월5일 대선에서 오르테가가 승리하도록 돕는 행위”라면서 강력히 반발했다. 오르테가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한 조치”라고 응수했다.
차베스는 볼리비아와 페루, 멕시코에서도 자신과 뜻이 맞는 좌파 지도자가 대통령에 당선되도록 막후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베스의 자금 지원과 조직적인 후원으로 중남미의 선거 풍토가 바뀌어 인기에 영합하는 혁명주의자들이 민주인사들보다 압도적으로 우세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차베스는 지난달 1차 페루 대선에서 급진 좌파의 오얀타 우말라 후보가 1위를 하는데 적잖은 역할을 했다. 7월 대선을 앞둔 멕시코의 반미주의자인 안드레스 마뉴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멕시코시티 시장도 차베스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오브라도르 후보는 다른 후보를 여유있게 따돌리고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이들 중남미 선거에서 예상대로 모두 좌파 세력이 승리한다면 쿠바만 제외하고 중남미에서 좌파세력을 몰아낸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업적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3일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의 에너지 국유화 조치도 차베스의 ‘배후조정’으로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남남(南南) 갈등 양상까지 보였던 이 문제는 4일 아르헨티나 푸에르토이과수에서 열린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등 남미 4개국 정상회담에서 볼리비아의 정책을 존중한다는 선으로 봉합됐다.
차베스의 최근 행보는 에너지를 통해 미국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남미 국가만의 경제ㆍ정치 통합체를 추진하겠다는 발상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달 29일 쿠바 아바나에서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과 맺은 3자간 무역협정인 ‘미주를 위한 볼리바르 대안’(ALBA)이 시발점이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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