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미군기지이전 예정지에 군·경이 4일 설치했던철조망이 하루 만에 무용지물이 됐다. 5일 오후 철조망 10여곳을 절단하며 들어온 시위대와 군^경이 곳곳에서 충돌해 부상자 10여명이 발생했다.
시위대는 이날 오후 늦게 농성을 풀고 철조망 밖으로 빠져 나갔다.
이날 오후 2시께 대추리 주민과‘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
회’, 팽성대책위원회 관계자 100여명이 평화예술공원에서 집회를 가질 때
만해도 대추리 상황은 사위어가는 촛불같았다. 주민들은 전날 쌓인 피로감과 충격이 가시지 않은듯 피곤한 표정이었고 범대위 관계자들 역시“연행자조속히 석방”“행정대집행원상복구” 등의 구호를 외쳤지만 목소리에 예전같은 힘은 없었다. 이들 뒤로 보이는 대추분교는 완전히 폐허로 바뀌어 더욱 을씨년스러웠다. 다만 대추분교 잔해위에서‘투쟁’이라고 쓰인5┢ 높이의 깃발만이 힘있게 펄럭였을 뿐이었다.하지만 오후 4시가 되자 상황이 급반전했다.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했던 평화예술공원까지 진입했던 경찰들이바삐 빠져나갔고 이어 학생등 시위대들이 외치는 함성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오후 2시께부터 본정리 본정농협과 계양삼거리에 모여든 시위대는 군^경의 저지를 뚫고 철조망을 넘어 대추리로 진입했다. 시위대는 도두리와 대추리 들판을 가로 지르면서 절단기 등을동원 10여곳의 철조망을 절단했으며일부는 짚단을 이용해 불을 지르기도 했다. 또 철조망을 넘어가면서 군숙영텐트 50여개와 모래포대로 쌓은 초소 일부를 망가뜨렸다. 이과정에서 시위대와 곤봉을 든 군^경이 곳곳에서 충돌해 의경 2명을 포함, 10여명이 다친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민주노총과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학생 등이 날대추리로 진입한 시위대가 모두1,2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시위대들은 평화예술공원에서 결의대회를 가진뒤 대추리 황새울 들녘으로행진했으며 한때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관과 몸싸움을 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이어 평화예술공원에 모여 촛불시위를가진 이날 밤 늦게 대부분 해산했다.
경찰은 시위대가 몰려들자 20여개중대의 경비병력을 2배로 늘렸지만 시위대의 진입을 막지는 못했다. 또 곤봉과 손목보호대 등으로 경무장했던 군인들도 시위대의 진입을 막아내지 못하자 바로 물러서 더이상의 충돌을 야기하지는 않았다.
범대위의 한관계자는“전날 본부로 쓰였던 대추분교가 폐허가 되면서 주
민들이 상당히 침체됐었는데 이날 시위대의 합류로 예전의 생기를 되찾았
다”면서“외부에서 도움을 주고싶으니 방법을 알려 달라는 문의가 계속 오고 있어 더욱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팽성대책위 관계자도“군^경이 대추리 사태를 끝냈다고 생각하는 것은오판”이라면서“외부로부터 평화의 열망이 계속 응집되는한 대추리의 저항은계속될것”이라고 말했다. 주민과 범대위, 팽성대책위 관계자들은 앞으로도매일 집회를 갖는한편, 철조망을 넘어다니더라도 모내기를 했거나 볍씨를 직파한 곳에서 영농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평택=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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