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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메타피지컬 클럽, '미국의 정신' 실용주의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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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메타피지컬 클럽, '미국의 정신' 실용주의의 고향

입력
2006.05.05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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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한 토론 모임이 시작됐다. 법학자 올리버 웬들 홈스,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 논리학자이자 기호학의 창시자인 찰스 샌더스 퍼스가 주축이 된 이 모임의 이름은 ‘메타피지컬 클럽’. 모임은 겨우 아홉 달 정도 지속됐지만, 이후 미국인의 사고를 결정하는 새로운 사상을 탄생시켰다. 흔히 실용주의로 번역되는 프래그머티즘이다.

이들의 생각은 이랬다. 사상은 저 먼 곳에서 발견되기를 기다리는 그 무엇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세계에 대처하기 위해 고안한 포크, 나이프, 마이크로 칩과 같은 도구이다. 사상은 내적 논리에 따라 발전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라는 매개체와 환경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이는 관념적 진리 추구에 몰두한 유럽 철학을 반박하는 것으로, 인간 이성의 상대성, 우연성, 오류 가능성을 인정함으로써 사상과 신념을 신성한 제단에서 인간적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뉴욕시립대 대학원 영문학 교수 루이스 메넌드의 ‘메타피지컬 클럽’은 이들과 교육학자 존 듀이 등 미국 지성 4명을 통해 남북전쟁(1861~1865) 이후 미국의 정신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살피는 퓰리처상 수상작이다.

프래그머티즘에서는 유일무이한 진리의 존재가 부정되며, 따라서 우리가 믿지 않는 진리도 참일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태도는 민주주의 정치 체제에 대한 자연스러운 지지로 이어진다. 이들에게 민주주의는 옳은 사람 뿐만 아니라 옳지 않은 사람에게도 말할 권리를 주는 것이다. 소수의 반대 의견에 여지를 줌으로써 다수의 이익이 우세하도록 만드는 체제다. 이런 생각은 그 뒤 미국식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고 연방주의의 지적 성공을 가져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철학적 논의를 지양하고, 미국인의 삶의 변화 등에 대한 역사적 해석에 치중함으로써 읽는 재미를 보탰다. 육성이 풍부해 전기적 성격도 강하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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