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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업고 놀았던 안은미 '끼' 다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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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업고 놀았던 안은미 '끼' 다시 만난다

입력
2006.05.0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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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분방한 춤꾼 안은미가 춘향전을 새롭게 해석한 ‘신 춘향’으로 유럽을 흔들고 왔다. 네덜란드에 본부를 둔 세계음악극축제의 초청으로 지난달 5일부터 18일간 이탈리아,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등 4개국 7개 도시를 돈 공연에서 대단한 호평과 함께 기립박수를 받았다. 런던에서 발행되는 춤 전문지 ‘댄스 유럽’은 “안은미는 ‘동양의 피나 바우쉬’라 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며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공연”이라고 평했다.

세계음악극축제는 비유럽권의 뛰어난 예술가에게 제작비를 주고 작품을 만들게 해 유럽 전역에 소개하는 행사. 세계적 무용단으로 성장한 대만의 ‘클라우드 게이트’도 이 축제를 통해 유럽에 알려졌다. 과연 어떤 작품이기에 그런 찬사를 받았는지, 이 작품을 공동제작한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열리는 12~14일 공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안은미의 ‘신 춘향’은 2003년 한국에서 초연한 것을 크게 다듬어 완전히 새롭게 만든 것이다. 원로 평론가 박용구의 대본을 바탕으로 안은미가 특유의 못말리는 끼와 넘치는 에너지로 춤을 짜고 음악감독 장영규가 개성있는 음악으로 춤을 받쳤다.

춘향전은 워낙 잘 알려진 이야기인데다 그동안 음악, 연극, 영화, 춤 등 여러 형태로 수없이 울궈먹어서 더 이상 새로울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도발과 파격으로 유명한 안은미가 손 댄 이상 색다른 것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 빡빡머리 안은미가 노처녀 춘향으로 나오는 것도 그렇고, 옥중 춘향의 어지러운 꿈 속에서 이도령과 변사또가 동성애를 나누는 장면도 별나다.

무용수들이 허리에 보자기 하나만 두른 채 거의 벗고 나오는 것이야 안은미가 가슴을 드러낸 채 춤을 춰왔으니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전통적 소재를 다루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전진하는 용기다. ‘미친 X’ 소리를 들을 만큼 대담하고 자유로운 안은미다움은 종종 ‘저게 뭐냐, 왜 저러냐’는 힐난을 듣기도 하지만, 누가 뭐래도 기죽지 않고 제 길을 걸어온 그의 독창성은 보기 드문 장점이다.

유럽에서 거둔 성공으로 벌써부터 내년, 내후년 공연 섭외가 들어오고 있다. 이번 순회 공연을 주관한 기획사 가네샤의 김성희 대표는 “이탈리아의 현대예술 메카인 우디네 극장이 안은미 신작의 이탈리아 공연 독점권을 요청하는 등 영국 전역과 유럽, 남미 순회 공연 제안을 받았다”며 “이 가운데 내년 가을 시즌 유럽 순회 공연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안은미는 “현대무용 강국인 네덜란드의 4개 도시에서 매번 전원 기립박수가 나와 깜짝 놀랐다”면서도 “이거 하느라 죽는 줄 알았다”며 목이 콱 졸리는 시늉을 해보였다.

“3장 어사 출두 장면이 풀리지 않아 벽 보고 열흘 동안 울기도 했다니까요. 그런데 어느날 사무실에 멍 하니 있다가 쥐 2마리가 후닥닥 지나가는 걸 보고 ‘맞다, 잦은 걸음으로 몰아치자’고 무릎을 탁 쳤지요. 믿거나 말거나, 으하하. 시나리오가 있는 작업은 처음 해본 거에요. 드라마를 싫어해서요. 줄거리 설명하느라 상상력이 제한되니까요. 그래서 줄거리 몰라도 보면 알 수 있게 만들었어요. 춘향전이 고전으로 남았듯, 제 작품도 계속 다듬어서 오래 살아 남았으면 좋겠어요.”

공연시각 12일 오후 8시, 13ㆍ14일 오후 5시. 1544-5955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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