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또다시 심상치 않다. 지난달 중순 공격적인 매수로 코스피지수를 사상 최고치까지 올려놨던 외국인들이 이번엔 7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며 지수를 압박하고 있다. 4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무려 2조원 어치를 팔아 치웠다.
외국인들의 매도와 관련, 4일 시장에는 최근 국회를 통과한 ‘국제조세조정법’과 정부가 추진중인 조세조약 개정 움직임 때문에 일부 펀드가 청산에 나섰다는 소문이 돌았다.
정부는 최근 각국과 맺은 조세조약을 개정해 국내 주식의 25% 이상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상대국이 아닌 국내에서 과세할 수 있도록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국내법은 특정 종목 주식을 25% 미만 보유한 외국인에 대해서는 비과세하고 있지만, 그 이상을 보유한 경우 상대국과 맺은 조세조약에 따라 과세한다.
또 2일 국회를 통과한 ‘국제조세조정법’은 국제적으로 조세회피처로 이용되는 지역을 ‘조세회피지역’으로 지정한 뒤 국내법에 따라 투자수익에 원천징수할 수 있도록 했다. 조세회피처에 펀드를 설정하고 국내 기업 사냥을 노리는 투기적 자본에 대해 과세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 것이다.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이 론스타와 까르푸 등에 대한 우리나라의 ‘반 외자(外資) 정서’를 반영한 것이며, ‘세금 폭탄’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추측이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은 3일 한국의 조세조약 개정 추진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내 투자자들과 동일한 세금을 내야 하지 않을까 불안해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국내 투자자의 경우 한 종목의 3%만 보유해도 국내법상 ‘대주주’로 분류돼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이런 우려 때문에 외국인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추측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교보증권 박석현 연구원은 “조세피난처 과세법이 통과됐어도 25% 이상 보유 주주가 아니면 과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최근 외국인 매도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박 연구원은 대신 “최근 달러화 대비 원화 절상이 다른 통화에 비해 가파르게 진행돼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으며, 한국 증시가 단기간에 급등한 것도 외국인의 차익실현 욕구를 부추겼다”고 설명했다.
대우증권 조재훈 투자전략부장은 원화강세와 함께 삼성전자ㆍ포스코의 자사주 매입, MSCI지수 비중조절 등을 외국인 차익실현의 배경으로 지목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달 10일 시가총액이 263조원에 달하는 러시아 가스회사인 ‘가즈프롬’을 MSCI지수에 편입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신흥시장 가운데 한국과 대만의 MSCI 비중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 매도는 자연스러운 차익실현으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며 “시가총액이 크게 늘어난 만큼 2조원이라는 금액이 큰 충격을 줄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