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 판도가 요지부동이다. 과거 같으면 판세가 요동칠 호재와 악재가 연이어 터지고 있음에도 여야 정당의 지지율은 거의 불변이다.
한나라당만해도 지난 2월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파문을 시작으로 김덕룡ㆍ박성범 의원에 이은 고조흥 의원의 수억원대 공천헌금 수수, 박계동 의원의 술자리 추태 등 악재 연발이다. 그러나 정작 당 지지율은 잠시 출렁댈 뿐 40%를 오르내리는 고공 행진이다. 열린우리당은 이런 호재들에다 후보들의 정책공약 러시, 지도부의 공중지원 등 온갖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2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견 이해되지 않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양하다. 우선 악재와 변수가 여럿 터지긴 했지만 2004년 총선 당시 탄핵파문처럼 선거판도를 바꾸기엔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는 것이다.
고려대 법대 장영수 교수는 4일 “공천비리만 해도 어제 오늘 일도 아닌데 ‘뭐가 새삼스럽냐’는 반응이 큰데다 한나라당만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정치권 전체의 부패로 받아들이는 탓에 판세에 별 영향을 못 미친다”라고 분석했다.
보수층의 결속을 한 원인으로 찾기도 한다.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이사는 “두 번의 대선과 17대 총선을 거치면서 연승한 진보층은 느슨해진 반면 보수층은 위기감이 절정에 달하면서 한나라당의 비리조차 감싸는 포용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선거가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이란 성격도 제기된다. 정치컨설팅 민기획 박성민 대표는 “2004년 총선이 거대야당(한나라당)에 대한 심판이었다면 이번은 참여정부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강하다”며 “보수층을 중심으로 이런 인식이 굳어져 공천헌금 논란 등 악재가 영향을 못 미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대표는 특히 “선거격언에 ‘악재가 호재되고 호재가 악재된다’는 말이 있는데 이번에도 한나라당에 집중된 악재가 역설적으로 지지자들의 위기감과 결집을 키워주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선거구도가 이미 친노 대 반노, 친여 대 반여 등으로 굳어져 앞으로도 결정적 변수가 없는 한 눈에 띄는 지지율 변화를 보긴 힘들 것으로 전망한다. 한나라당 공천비리만 하더라도 추가로 몇 건이 더 불거지더라도 우리당의 기대와 달리 표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리서치 김 이사는 이를 경제학의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을 빗대 ‘충격체감의 법칙’이 작용하는 것으로 비유했다.
물론 악재와 변수에 대한 유권자의 무신경이 절대적이라고 볼 순 없다. 장영수 교수는 “결국은 한계수위가 문제”라며 “어느 수준까진 사람들이 반응하지 않다가 어느 순간 ‘해도해도 너무 한다’며 비등점에 도달할 경우 여론이 확 뒤집힐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변수 만으론 민심을 뒤집기엔 역부족이란 얘기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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