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아시아에서 성황을 이룬 부실여신(NPL) 처리 시장이 중국 독일 인도를 주목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4일 보도했다.
세계적 회계법인 E&Y에 따르면 중국의 NPL 시장은 세계 최대인 9,000억 달러를 상회한다. 전년 외환보유고(8,750억 달러)를 넘어서는 이 규모는 중국 당국 공식 집계의 두 배다. 독일은 3,800억 달러, 인도는 3위 일본에 이어 세계 4위 규모의 NPL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고수익을 노리며 이 시장에 뛰어드는 구조조정 자금들은 금융위기를 겪은 한국과 아시아, 부동산 버블을 경험한 일본에서 ‘맹위’를 떨쳤다. 그러나 일본의 NPL은 최대치와 비교해 절반으로 줄었고 수익률도 낮아졌다. 한국 역시 시장규모가 10억 달러 수준으로 줄어 들었다.
E&Y 보고서에서 드러난 중국의 엄청난 NPL 규모는 금융기관의 취약성을 드러낸 것으로 지적된다. 중국은 1970년대 시장개방 이래 NPL이 증가하자 99년 자산관리공사를 설립해 5,600억 달러 규모의 부실여신을 처분했다. 국내총생산(GDP)의 무려 절반 수준이다. 중국 당국은 이후 2002~2005년 부실여신이 10% 수준으로 반감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E&Y는 “중국은 NPL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며 “단지 한 국영기업에서 다른 국영기업으로 옮겨놓았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NPL이 은행 외에 국영투자회사, 신용조합 등에 퍼져 규모가 더 커졌다는 설명이다.
최근 발표된 컨설팅회사 PwC, 맥킨지의 보고서도 맥을 같이한다. 이들 보고서는 “악성부채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의 새로운 부채가 쌓이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정부통제를 벗어난 금융기관의 상업성 결여, 낮은 자산평가 수준, 지점의 난립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맥킨지는 “상황 개선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여 금융 시스템이 유동성 충격에 취약한 상태로 노출돼 있다”고 우려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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