갸름한 얼굴에 서글서글한 눈매, 말을 할 때마다 움직이는 입술, 부정적인 단어가 나올 때 보이는 난감한 표정, 거기에다 “너무 예쁘다”며 빤히 쳐다보는 상대방과 눈을 맞추기까지 한다. 이쯤되면 사람인지 로봇인지 구별이 안될 것 같다.
산업자원부는 4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인간을 쏙 빼닮은 국내 최초의 인조인간 로봇인 ‘에버원’(EveR-1)을 전격 공개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백문홍 박사팀이 1년여의 연구 끝에 개발한 에버원은 키 160㎝에 몸무게 50㎏으로, 상반신과 얼굴이 여느 20대 초반 여성과 똑같다. 하반신은 마네킹으로 만들어졌지만, 얼굴과 팔 등 피부는 실리콘 재질로 제작해 사람의 피부와 흡사한 점이 특징이다.
한국여성 고유의 특징을 갖고 있는 유명 연예인 2명의 얼굴과 신체 특성을 조합해 만든 이 로봇은 상반신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간단한 대화 및 감정 표현이 가능하다. 2003년 일본이 선보인 세계 최초의 인조인간 로봇 ‘액트로이드(Actroid)에 이어 두번째. 산자부는 “그러나 영상인식용 카메라를 외부에 설치한 액트로이드에 비해 이를 안구에 직접 장착했고, 적은 수의 모터로 더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이 가능해 기술적으로 더 나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로봇 이름인 ‘에버원’(EveR-1)은 이브(Eve)와 로봇(Robot)의 합성어로 끊임없는 발전을 뜻한다. 실제 여성의 가녀린 팔과 작은 얼굴 형태로 제작하기 위해 35개의 초소형 전기 모터와 제어기가 사용됐다. 특히 얼굴에는 15개의 모터를 넣어 희로애락의 표정을 지을 수 있고, 상대방의 얼굴을 인식해 시선을 맞출 수도 있다. 음성에 맞춰 입술이 움직이도록 연동돼 있고, 기초적인 대화도 가능하다. 이해할 수 있는 단어 수준은 약 400개 정도.
백문홍 박사는 “에버원은 백화점, 박물관의 안내 로봇이나 어린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교육용 로봇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올해안에 시각 인식 및 감정표현을 한층 강화하고 하반신도 움직이는 제2의 에버원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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