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이 극적으로 부활했다.
4일 새벽 3시 독일 뒤스부르크 MSV아레나. 기다리던 ‘아시아의 킬러’ 안정환(뒤스부르크)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홈 팬들의 함성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에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 2월11일 이후 첫 선발 출장이라는 사실은 의미가 없었다. 관중석에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그의 뇌리를 짓눌렀기 때문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16강전에서 이탈리아를 침몰시키는 연장 결승골을 작렬 시킨 세계적인 스타였지만 독일 분데스리가 진출이후 단 하나의 골 맛도 보지 못했고, 급기야 아드보카트 감독으로부터 “실망스럽다”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
마지막 테스트에 임하는 그의 얼굴에는 비장함이 감돌았다. 그리고 휘슬이 울린 지 41분이 지날 쯤. 드디어 그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0-3으로 뒤지던 전반 41분 동료 알렉산더 부게라의 패스를 받은 안정환이 오른발 슛으로 골 네트를 가른 것. 분데스리가 데뷔골이었다.
이로써 안정환은 국내와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 5개국 프로리그에서 골을 넣는 진기록도 작성했다. 하지만 뒤스부르크는 3-5로 패해 리그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첫 골의 기쁨도 컸지만 독일월드컵 원톱 경쟁에서 후배 조재진(시미즈)에 더 이상 밀리지 않게 됐다는 안도감이 더 컸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킬러본능’을 보여주며 무력시위에 성공한 것. 이동국 대안 찾기에 골몰하던 아드보카트 감독의 얼굴에도 미소가 흘렀다. 극적으로 살아난 안정환은 6일 빌레펠트전에 나서 두 번째 골을 터트려 가벼운 마음으로 한국행 비행기를 탈 각오다.
안정환의 활약을 지켜본 아드보카트 감독은 도르트문트로 발길을 돌려 차두리의 경기 모습을 관전할 예정이다. ‘1% 생존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한 차두리는 6일 오후 10시30분(한국시간) 도르트문트와의 원정경기에 나서 최종 테스트를 받게 된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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