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천주교가 3일 임명한 두 명의 주교를 교황청이 4일 ‘자동 파문’됐다고 발표하면서 50년간 이어져 온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호아킨 라바로 발스 교황청 대변인은 4일 “교황청 승인 없이 임명한 가톨릭 주교는 교황청 법에 따라 자동 파문한다”며 “중국 천주교가 임명한 주교는 물론 서품식을 거행한 또 다른 두 명의 주교도 파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천주교 애국회는 지난달 30일 윈난(雲南)성 쿤밍(昆明)교구의 주교로 마잉린(馬英林) 신부를 임명한데 이어 로마 교황청의 반대 속에 이달 3일 안후이(安徽)성에서 류신훙(劉新弘) 신부의 주교 서품식을 거행했다.
중국 천주교 애국회는 지난 1958년부터 자선자성(自選自聖) 원칙을 세우고 주교 등 가톨릭 성직자를 독자적으로 임명해왔다.
류 주교 서품식을 주재한 우스전(吳仕珍) 난창(南昌) 교구 주교 등 몇 명은 로마 교황청의 승인을 함께 받기도 했으나 바티칸과 끊임없는 긴장 관계를 유지해왔다.
교황청은 이날 성명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중국이 또다시 주교를 임명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매우 슬퍼했다”며 “이번 사건은 종교적 자유에 대한 침해를 상징한다”고 밝혔다. 주교 및 신부들은 ‘교황청과 관련 없는 조직’에 의해 양심과 어긋나는 독단적 임명을 강행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것이다.
성명은 이어 “교황은 교황청과 중국측 모두에 합당한 요구 조건들을 충족하는 해결책 모색을 위해 중국측과 솔직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할 용의가 있음을 그간 여러 번 밝혔다”면서 “이번 사안은 이러한 대화에 도움이 되지 않고 새로운 장애물을 만들어냈다”고 덧붙였다.
교황청은 3월 홍콩 조지프 쩐 추기경 임명 당시 중국 천주교의 검토를 받는 등 화해의 사인을 보내왔다. 그러나 이번 갈등으로 수교 협상을 진행 중인 중국과 바티칸의 관계는 급속히 얼어붙을 전망이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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