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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누가 서울시장이 되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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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누가 서울시장이 되든(2)

입력
2006.05.0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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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6일자 이 칼럼을 통해, 누가 서울시장이 되든 새로운 시장은 문화시장이 돼야 하며 문화패러다임으로 시행정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썼다. 이제 각 당의 후보가 모두 결정돼 언론기관과 단체에 의해 초청 토론회가 열리는 상황에서 그 문제를 더 이야기하고 싶다. 구체적으로 어떤 문화이며 무엇을 지향하는 문화인가 하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해, 문화시장이 할 일은 단순히 시설과 행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물론 중요하다. 아직도 빈약한 문화향수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넓히는 일은 꼭 필요하며 문화적 분배행위라고 말할 수 있다. 서울시장은 문화부장관 못지 않게 폭넓은 문화행정의 기회와 재량권을 부여받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런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문화적 시민들을 만들어내는 일이며 시민들의 건전하고 문화적인 행동과 생활에 관한 공적 진흥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품위 없음에 대해 질색을 하다 못해 넌더리를 내고 있다. 그런 사람들은 요즘 한국인들이 너무도 넉살이 좋고 폭력적이거나 얌체이며 남을 의식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은 대통령부터 언동에 품위가 없다고 믿고 있다. 한국에서 살기가 힘들고 피곤하다고 느끼는 것은 결국 사람에게 부대끼고 시달리기 때문인데, 그 부대낌과 시달림의 정체는 품위없고 교양없는 사람들에 의한 피해다.

●문화시설·행사도 중요하지만

오랫동안 범죄에 시달려온 뉴욕시민들은 시당국의 강력한 경찰력 행사 덕분에 범죄의 공포로부터 많이 벗어난 상태다. 그런데 요즘은 품행이 좋지 않았던 시민들의 언행까지 매우 공손해졌다고 한다. 지하철에서 좌석에 발을 올려 놓으면 벌금 50달러, 극장에서 휴대전화를 걸다 적발되면 벌금 50 달러….이런 식으로 일상행동을 규제한 덕분이라는 것이다.

뉴욕시는 어린이의 행복과 다른 관람객들의 즐거움을 위해 10세 이하 어린이의 밤 10시 이후 극장 출입을 금지하는 규정까지 추가하려 하고 있다. 뉴욕시의 행정이 지자친 사생활 침해 아니냐는 논란이 거세지만, 이와 관계없이 미국 내의 여러 도시가 뉴욕의 경우를 벤치 마킹하려고 규제규정을 연구 중이라고 한다.

인간의 문화적이고 품위있는 행동은 법적 강요와 징벌조치에 의해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또 뉴욕의 경우 시장이 강력한 경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 것과 달리, 우리는 시와 경찰의 업무가 분리돼 있다. 그러나 그런 것만 따져 가지고는 이룰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품위있는 사회란 한 사회의 제도가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을 모욕하지 않는 사회라고 한다. 우리의 경우에는 제도만이 아니라 사람이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게 더 문제다.

품위있는 시민을 위한 조례, 문화조례를 만들어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했으면 좋겠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비문화적이고 품위없는 행태를 늘상 발견할 수 있는 지하철을 대상으로 문화시민을 육성하고 보호하는 노력을 집중한다든지 공연장에서의 올바른 행동을 지속적으로 주지시키는 활동,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일관성있고 엄정한 규제행정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그렇게까지 시민생활을 간섭해서는 안 된다, 자율이 중요하다고만 생각할 게 아니다. 국회에서의 품위없는 질문 공방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이해찬 전 국무총리도 이임사를 통해 “사회 여러 분야가 균형있게 발전해야 품위있는 선진한국이 된다”는 말을 했다. 사회 여러 분야의 균형있는 발전은 자율만으로 이루기 어렵다.

●품위 있는 사회조성 앞장서야

곧 공표될 문화헌장에는 문화적 권리란 품위있는 삶을 살기 위한 기본적 권리이며 평등한 권리라는 점, 사회적 약자의 문화적 권리는 특별히 보호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문화헌장의 정신은 사회적으로 널리 확산돼야 한다. 그것은 우리 사회를 문화적인 사회, 교양과 품위가 있는 사회로 만들어 가는 일이다. 그 일을 서울에서부터 시작하자는 것이다. 서울은 곧 대한민국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임철순 주필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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