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에 대한 일본 국내외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논지는 “야스쿠니 문제는 한국ㆍ중국과의 문제만이 아니다”라는 것으로 집약된다. 잘못된 역사인식 때문에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짙게 베어 있다.
이 같은 비판은 고이즈미 총리가 지난달 25일 “한국과 중국만이 야스쿠니 문제를 비판하고 있다”며 “후회할 때가 있을 것”이라고 발언한 이후 한층 두드러졌다.
가장 주목 받은 것은 외교관 출신으로 고이즈미 총리의 보좌관을 역임한 국제문제 전문가 오카모토 유키오(岡本行夫ㆍ사진)씨의 지적이다. 그는 월간 논좌(論座ㆍ5월호)와의 대담에서 야스쿠니 문제에 대한 미국과 유럽 지식인들의 반발을 생생히 전달하며 일본의 자성을 촉구했다.
그는 최근 유럽에서 행한 여러 차례의 강연에서 지식인들이 보여준 반응에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한 프랑스인은 ‘독일의 총리가 나치 장교가 모셔진 시설에서 머리를 숙이면 그 순간 프랑스는 프랑스_독일 화해를 위해 만들어진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한다. 우리는 그 정도 문제의식을 갖고 역사를 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지난해 말 미국 강연에서는 미국 지식인으로부터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에 대해 화난 것은 중국과 한국 뿐만이 아니다. 우리 미국인들도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알아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자신을 헌법개정 등에 찬성하는 보수주의자라고 밝힌 오카모토씨는 “그러나 우리들은 (일본의 침략전쟁을) 힘들지만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카모토씨의 대담 내용은 이후 주요 방송의 시사 프로그램에서 활발하게 인용되는 등 일본 사회에 파장을 일으켰다.
일본의 주요 신문들도 외국 지식인들의 인터뷰 기사 등을 통해 고이즈미 총리의 주장을 반박했다. 아사히(朝日) 신문은 지난달 30일자에서 야스쿠니 문제에 대한 우려가 중국과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의 일본 전문가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4일자에서도 “문제해결의 열쇠는 역시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라고 지적한 존스 홉킨스대 라이샤워 동아시아연구소의 켄트 칼더 소장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도 1, 2일 자에서 미국 전문가들의 비판적 시각을 소개했다.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야스쿠니 문제는 일본의 국내에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미ㆍ일ㆍ중의 삼각관계에도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커트 캠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미국이 이 문제에 대해 일본을 지원하고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비판적 시각들은 일본 국내에서 급격히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야스쿠니 참배와 관련, 일방적인 주장을 고집하는 고이즈미 총리의 입지를 좁게 하고, 포스트 고이즈미의 행태에도 압박을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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